한국희곡

김진만 '다목리 미상번지'

clint 2016. 8. 29. 07:27

 

 

 

1980년 강원도 다목리 미상번지. 봉만이는 마을금고에 가장 많은 돈을 저축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 밤낮으로 병을 줍고 나물을 캐서 내다 팔았다. 하지만 어느날 시인이 되려고 서울로 간 외삼촌 영수가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하는 군인들에 의해 피를 흘리고 돌아오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어수선해 진다. 설상가상으로 행방불명된 마을금고의 이사장 대신 부임한 전 보안대 주임상사 전경호는 권력을 이용해 무지한 주민들을 입맛대로 주무르기 시작한다. 전경호는 다목리가 군부대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에다가 복잡한 세상사가 벌어지는 도시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다. 마을 이장이 안테나 기술자임에도 오직 하나의 특정 TV 채널만 방송되게 해, 세상사에 대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마비시킨다. ‘마을의 발전을 내세워 대출 기한이 많이 남은 주민들에게도 빚 독촉을 하며 기본적인 생존의 요소마저도 빼앗기도 한다. 이처럼 극은 잘못된 권력의 횡포가 얼마나 평범하고 순박한 이들을 초라하고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직접 대본을 쓴 김진만 연출의 유년기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김 연출은 “2013년부터 2년여의 집필 기간을 거친 후 약 2년 동안 작품연구 세미나를 통해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주인공 12살 봉만이가 저축상을 받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마을금고와 주민들 간의 얽힌 사건들을 소재로 사랑이 넘치는 가족과 지역사회가 지나친 권력에 의해 파괴될 수밖에 없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어린 시절 작가가 겪은 실제 사건에 극적인 요소를 더해 부조리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1980년 다목리를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꼭 저축상이 받고 싶은 13세 소년과 아무도 모르는 사이 침투한 권력의 횡포로 인해 고통 받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잘못된 권력의 횡포가 평범하고 순박한 이들을 얼마나 초라하고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무대의 모든 면은 여러 개의 드럼통을 이어 붙여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효과를 냈다. 수동적으로 장치를 운행하는 배우들의 에너지와 그 위를 있는 달리는 봉만의 고군분투가 극에 활기를 더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이루기 힘든 것을 이루고자 염원한다. 봉만이는 부잣집 친구보다 많은 돈을 저금하길, 주민들은 새 이사장의 부조리한 절대 권력에서 벗어나길 그리고 당대의 시민들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민주화를 이뤄내길 원한다.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빛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겪게 되는 숭고한 아픔과 처절함이 그려진다. 이는 우리가 무심코 살아가는 이 순간을 일궈내기 위해 있었을 누군가의 희생과 뜨거운 마음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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