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장성희 '방문'

clint 2016. 8. 26. 08:26

 

 

 

<방문>은 성폭행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노인과, 국가의 명령에 따라 노인을 화학적으로 거세하기 위해 찾아온 요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역할 놀이를 통해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악과 욕망을 이야기한다. 비현실적 시간과 공간에서 노인은 자기 내면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욕망과 폭력을 요원들이 제공하는 약을 통해 다스리고자 한다. 인물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는 이야기 구조는 생략과 압축을 더해가며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고, 상징적인 무대 이미지와 등장인물들의 역할놀이를 통해 비합리성과 부조리 성을 극대화시키며 무대화된다. 죄를 지은 인간과 그를 벌하기 위한 등장하는 권력 사이의 폭력과 압제, 결론 없이 반복되는 취조 속에서 <방문>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성년자 성추행 관련 범죄로 전자발찌와 정기적인 화학적 거세 형에 처해진 노인이 있다. 국가가 파견한 관리 요원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 어느 오후, 악천후로 그들의 정기적인 방문이 늦어진다. 늦게 도착한 요원들은 더 이상 처방된 약은 없으며 오늘로 형 집행이 끝났음을 알린다. 하지만 노인 자신은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애걸하면서 치료를 중지한다면 자신은 그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위협한다. 요원은 증거불충분으로 입증하지 못했던 노인의 과거 범죄에 대한 진실을 듣기 원하고, 그 대가로 방문 치료를 연장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그들 사이에 거래가 성립된다. 요원들은 범죄에 대한 진상과 동기를 캐내는 심문 과정에서 일종의 역할놀이를 하게 되고 그들은 소외와 폭력으로 얼룩진 노인의 생애와 마주한다.

 

 

 

 

 

'방문'은 부조리극 같은 모습을 띤다. 극 중 노인은 자신 내면의 악과 싸운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외딴 섬에 분리 수용된 상태로 화학적 거세를 위한 약물치료를 받는 노인은 자신에 대한 치료가 중단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만약 약물치료를 그친다면 악의 씨앗이 다시 발아해 자신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며 불안해한다. 거센 파도를 헤치고 섬에 도착한 두 명의 치료요원은 노인의 공포심을 역으로 이용, 치료를 계속하는 대신 과거 입증되지 않았던 노인의 다른 범죄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 한다. 이를 통해 가난과 폭력과 소외감으로 얼룩진 노인의 삶이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노인은 치료요원들을 죽이고 만다. 무대는 상징적이다. 절단된 선수(船首)와 선미(船尾)가 무대 양쪽으로 덩그러니 놓여 있어 이야기에 나오는 바다 위 배 안에서의 범죄, 고도(孤島)에서의 고립과 단절과 고통 등의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드러낸다.

 

 

 

 

작가 장성희

1992년 월간 한국연극연극 평론 추천. 1993년 월간 객석예음상 연극평론 부문 입상 연극평론 활동 시작. 1996년 국립극장 대본 공모 창극부문 입상. 199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8년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 지원 희곡부문 선정. 2001년 문예진흥원 신진문학인 지원 희곡부문 선정 2008년 서울연극제 희곡상 수상

[주요작품]

<매기의 추억>, <세 자매 산장>, <호랑가시나무 숲의 기억>, <판도라의 상자>, <이 풍진 세상의 노래>, , <길 위의 가족>, <달빛 속으로 가다>, <환생구역>, <안티 안티고네>, <물속의 집>, <꿈속의 꿈>, <호랑가시나무 숲의 기억> 등 아동극 <그림자의 눈물>, <솜사탕은 누가 지키지?>, <별이 된 큰 곰>, <내 친구 곰곰이> [저서 및 공동편저] 장성희 희곡집(1999), 꿈속의 꿈장성희 희곡집 2(2009), 청소년 대표 단막극선(1998)』 『2000 한국대표희곡선, 2001 한국대표희곡선』 『연극(2000, 공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성희 '세 자매 산장'  (1) 2016.08.27
장성희 '매기의 추억'  (1) 2016.08.26
김현우 '거짓말'  (1) 2016.08.19
임상미 '환승'  (1) 2016.08.19
조인숙 '가족여행'  (1) 201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