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희경 '라멘'

clint 2016. 8. 17. 14:45

 

 

 

 

 

너무 순진한, 그리고 숫기 없는 사장과 그 밑의 종업원 주방장. 그리고 택배를 가지고 들어와 라멘을 얻어먹는 택배종업원. 이들이 라멘 집에서의 에피소드다.

 

사장은.... 뭔가 정통 일본 라멘으로 승부를 걸었다....

라멘이라는 건 말이다. 단순히 한 그릇 음식이 아니야. 그건 소통과 정이야. 그리고 열정이지. 언제나 곁에 있으면서도 쉽게 알아차릴 수는 없는, 이를테면, 진리라고 할까. 소우주 말이다. 모든 것이 조화롭게 모여 있는 유니버스. 라멘처럼 막연하면서도 황홀한 존재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상상해보렴. 면이 익어가고, 국물이 끓는 소리. 정확한 온도와 타이밍으로 탁 떨어낸 냄새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바로 그 음식.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먹을 수가 없게 되지. 그 감각적인 리듬으로 우리는 라멘을 통해 일체감을 느끼는 거야.“

 

파리만 날리는 일층 라멘 가게에선 무기력한 사장이 그만 두려는 주방장을 다독이고

손님을 끌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감행한다. 거기에 택배기사가 얽히게 되고 사장은 공짜로 라멘을 택배기사에게 주며 좋은 소감을 당부하는데....

 

 

 

 

 

우리 사회에 떠도는 정체 모를 불안한 징후들을 포착한 이야기로, 허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을 서울 외곽에 자리한 한 주상복합건물을 배경으로 다각도로 그려낸다. 짧은 이야기들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독자는 다양한 욕망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욕망은 과연 건강한가, 실체 없는 구원을 희망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유희경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희곡 <별을 가두다>로 데뷔했으며, <실선> <부부의 식탁> <별을 가두다> 등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되어 시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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