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춘근 '우리가 헤어질 때'

clint 2016. 8. 17. 08:27

 

 

커피와 맥주를 함께 파는 싸구려 카페에선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펼쳐지는데...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가난한 연극배우 여자와 삼류 소설가인 남자가 이 카페에서 만나는데 여자가 맥주를 마시고 남자는 연신 냉수를 들이켜고... 심상치 않게 흐르더니 결국 헤어지는 모습이다. 삼류 작가인 남자는 여자에게 자유를 주겠단다. 이제 뜨기 시작하는데 자기기 거치적거리지 않겠단다. 여기까지는 멜로드라마 풍인데... 먼저 가겠다고 하는 여자가 계산은 남자에게 하라 하고 가려는데 남자도 지갑을 놓고 왔다고 하며 예상치 않은 상황에 돌입하는데 이런저런 궁리 끝에 두 사람은 연극으로 모면하자며 이 헤어지는 장면을 리얼하게 표현하다가 격하게 퇴장하면 카페주인도 모를 듯하다며 각자의 작가와 배우의 능력을 발휘하며 한바탕 소동 아닌 소동인 연극이 벌어지는데.... 과거의 연애시절부터 최근의 일까지 서로 연기인지, 실전인지 모를 리얼한 싸움에 서로 흥분하여 감정이 들어가고 급기야 간통에, 미혼모... 파렴치한으로 몰리게 되는 남자... 이때 임신 중인 듯한 카페 여주인이 등장하여 정의의 주먹을 휘두르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여기에도 택배가 잠깐 등장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사이렌 소리와 볼일 급한 택배기사가 공통 소재인데, 이 두 가지 장치는 이미 어떤 암시를 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사이렌 소리는 위험을 알리고 용변이 마려운 택배 기사는 다급하다. 이런 코믹한 상황에는 언제고 터질 것 같은 불안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이렌이라는 청각적인 효과를 통해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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