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조정일 '지지리 곰탕'

clint 2016. 8. 17. 12:13

 

 

 

조정일 작로 사이렌의 첫 번째 작품이다. 30분 내외의 단막극.

건물 관리인인 경비, 오래전 지지리 곰탕이란 음식점으로 돈을 벌었던 여주인이 죽고 지금은 그녀의 딸이 건물주이다. ‘지지리 곰탕집은 아들에게 물려줘서 아직 영업을 하고 있으나 모친이 돌아가신 이후 그 곰탕 맛이 변질되어 지금은 손님이 거의 없단다. 경비는 예전 그 곰탕집에서부터 같이 일해 온 사람으로 지금은 건물 관리를 하고 세입자들 월세 받고.. 청소하는 등 경비 일에 전념하고 있다. 오랜 만에 이 건물을 찾은 건물주인인 딸은 40대 후반, 학교 선생이며 경비를 오빠라고 부르듯이 예전부터 친하게 어울리며 근황을 묻고 과거를 추억한다. 이때 어머님이 생전에 자신에게 말한 유언이 있다며 딸에게 지지리 곰탕집을 맡겼으면 한다는 말을 한다. 경비 자신이 그 비법을 알고 예전 가마솥도 보관하고 있단다. 그러는 경비의 말에는 은근히 딸을 좋아하는 감정이 숨겨 있고 같이 원조곰탕집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며 부축이는데.... 노처녀인줄 알았던 딸은 지난주 결혼 했고 제주도에 남편과 향토 음식점을 차리려고 자금이 필요해서 이 건물을 팔려고 해서 온 것이란다. 매매계약을 위해... 그리고 그동안 수고했다며 봉투를 내민다. 순간 과거에 사로잡혀 헛된 꿈을 꾸던 경비의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 택배와 건물 안의 사람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렇게 자세히는 들여다보지 않는 관계, 혹은 사람들이다. 낡고 오래된 건물에, 낡고 오래된 사람. 언젠가는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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