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동이향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

clint 2016. 8. 7. 14:43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 그렇게 갑자기 내 앞에 열린 문들

1. 1011. 마지막 손님.

이진수는 01이다. 1 더하기 10이 된다. 30대 초반 동창들. 여인0과 사내0은 부부. 여인0과 사내1은 옛 연인. 여인1과 사내11은 부부. 여인1과 사내1은 현재 연인. 사내0과 여인1은 옛 연인.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 바람이 심하게 부는 어느 날 밤. 30대 초반 대학 동창 5명이 10여 년 만에 만나 회포를 푼다. 이들은 마지막 친구 ‘0’이를 기다리며 한담을 나누고 있다. 과거에는 친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생활에 쫓겨 별로 공통적인 화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과거에 연인이거나 현재의 부부이기도 하며 지금 불륜을 저지르고 있기도 하다. 뭔가 툭 터놓고 얘기하기 힘들어 하면서 이어지는 대화들. 대화는 미진하다. 계속 자고 있던 사내11이 깨어나 0이에 관한 소식을 전하게 되고. 0이가 전염병에 걸렸다는 이야기에 친구들은 돌변한다.

2. 새벽 558. 분리수거. 무한급수. 항의 수가 무수히 많다. 남자와 미망인.

한 남자가 잠에서 깨어나고, 그의 처형이 이른 아침 방문한다. 처형은 오늘이 분리수거 날이라고 알린다. 남자는 처형에게 자신이 간밤에 아내를 죽였다고 말한다. 남자는 아내의 외도에 대해서, 자신의 혼란에 대해서 말한다. 그는 엄청난 일들에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남자를 위로한다. 그리고 남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3. 매일 정오 12. 정오의 유령.

순환소수. 같은 수가 같은 순서로 한없이 반복되는 무한소수. 최 여사. 김 간호사. 청소년 이. 청소년 오. 청소년 박. 도시 외곽의 버려진 터에 갈 곳 없는 청소년 셋이 들어온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만과 하루의 일탈로 잔뜩 부푼 그들이 들어 온 이 곳은 그러나 기대만큼 신나거나 새로운 것이 없다. 이 곳에서 볼 것이라곤 버려진 동물 우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동물과 죽어가는 최여사의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무심한 간호사밖에 없다. 더 이상 아무도 구경 오지 않았던 동물 우리 주위에서 최 여사와 청소년들은 서로를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며 풀려 난 동물들처럼 신경을 곤두세운다.

4. 저녁 67. 분실.

소수. 1과 제 몸을 제외한 어떤 약수도 가지지 않는 유일무이한 수. 11살 김주영 목소리 혼자 살던 11살 김주영은 좀 전, 자기가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죽었다. 오래 먹이를 챙기지 않아 굶주린 개가 아이를 물어 죽인 것이다. 농사일을 하는 외할아버지가 가끔 오기 때문에 김주영은 다른 여느 날처럼 외할아버지를 기다리며 혼잣말을 하고 있다.

 

 

 

 

 

작품은 계층 간, 세대 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주제로, 오늘날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닫혀 있는 계층적, 세대적 일상을 그린다극을 이루는 4개의 에피소드는 11011분 마지막 손님’, 2새벽 558분 분리수거’, 3매일 정오 12시 정오의 유령’, 4저녁 67분 분실등의 소주제로 진행된다 특별히 을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작가는 문은 벽과 달리 막힌 공간이 아니다. 따라서 문을 닫았을 경우에는 닫은 이의 의지와 의도가 강하게 투영된다.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의 반응도 가장 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은 각각의 장을 향해 문득열린다. 우리는 이 문을 통해 우리와 다른 이들의 삶을 만난다. 연극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은 별반 연관성 없어 보이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그러나 점차 문에서 문으로 옮겨가는 동안, 보이던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죽음으로, 부재로, 고독으로 나아가게 된다. 화합, 조화, 소통과는 거리가 먼 현실은, 자기 문 앞에서 어찌할 바 몰라 맴돌고 있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다.

 

 

 

 

 

1장의 오랜만에 만나서 별로 할 얘기가 없는 친구들, 2장의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어 아내를 죽인 남자, 3장의 구속과 자유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탈선 청소년들, 4장의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기르던 개에게 먹힌 어린이 등 이들은 모두 주변의 인물들과 대화를 못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 에피소드들은 작은 팁에 의하여 이 이야기들이 같은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그것은 바로 우리들과 아주 가까운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짧은 대사의 반복 등은 그들의 대화의 단절을 통해 얼마나 서로에게 권태로운지를 보여주고 등장인물들 간의 동시다발대화는 무대에 함께 등장한 인물들끼리의 단절을 표현한다. 1장에서는 욕망의 빈곤과 비슷한 인물들을 상징하기 위해 이진수의 이름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3장에서는 삶과 죽음 중간에 있는 유령 같은 사람을 위해 정오라는 시간을 표현한다. 4장은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살려 표현한다. 현실 속의 비현실적인 표현들로, 관객에게 극 안의 거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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