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수미 '선지'

clint 2016. 7. 24. 15:17

 

 

 

어느 날 아침, 직장이 아닌 집에서 일상을 맞은 종식은 선지국만 남긴 채, 사라진 아내의 부재를 맞는다. 아들 대진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지만, 해고당한 후 갑작스런 일상의 변화에 아무것도 할 게 없는 두려움을 느끼며 종식은 결국 혼자 외출한다. 영화감독이 꿈인 대진은 여자 친구인 성은을 집으로 초대한다. 성은의 집요한 질문공세와 이에 지겨움을 느끼는 대진. 그들의 질문과 답변의 욕구불만은 서로간의 육체 탐닉으로 해소하면서 서로가 살아있음을 인식하고 싶어하지만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외출했던 종식이 들어온다. 이제 세사람의 대화가 이루어지 지만 공허하다. 대진과 성은 방으로 들어가고 무대에 혼자 남은 종식은 아내가 남 긴 이혼 청구서를 발견한다. 또다시 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그들 사이에 소통의 부재로 메꾸어진 대화는 계속 엇갈리고 만다. 아들의 답변을 오인한 종식은 분개하며 가족들에게까지도 철저히 내몰린 자신의 상황에 당황해 하고 대진은 부모 의 이혼을 막기 위해 엄마를 찾아나간다. 혼자 남은 종식은 아내의 친구인 변호사 의 방문으로 이혼 사유를 듣게 되고, 30년 결혼생활의 파국을 결코 받아들일 수도 인정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등산 동반을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본다. "이젠 뭘 하지? 다음엔 뭘 하지?...." 그는 죽음 을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일까? 다음날 오후, 귀가한 엄마에게 아들은 묻는다. "아버진요?" "내려오지 않았어."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 마주보는 母子.

 

 

 

 

 

인간과 인간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가정과 가정이 만나 사회를 이루고, 또한 국가를 이룬다. 이는 인간이 불완전하기에 집단을 형성하여 살아가는 것이며, 그 집단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결핍에 대한 갈망, 끝없는 욕구는 살아가는 이유이다.

 

 

 

 

작가의 말
언어의 해체는 인간관계의 파괴이다!
언어는 인간이 가진 독창적인 문화이며, 언어의 부재, 언어의 상실은 인간의 죽음이다.

질문과 답변의 엇갈림, 공허한 말들, 기존의 의미가 더 이상 의미일 수 없는 거리감에서 오는 고독!
결국 죽음조차 소통을 위한 도구가 되고, 그 죽음 앞에서 우리도 간접 살인자가 되는 일상의 폭력, 일상의 섬뜩함을 통해 관계의 해체,

사회의 해체 결국 인간의 해체를 그리고자 한 것이다.
아버지의 자리가 해체된 아버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진 그렇게 당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 해체를 언어의 해체와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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