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우천 '수녀와 경호원'

clint 2016. 7. 23. 15:39

 

 

 

대중적인 또는 보편적인 영화는 예술로서 가치가 하나도 없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견해를 가진 정감독. 타고난 재능과 창조에의 열정으로 한때는 ‘천재’로 추앙받으며 선후배들 사이에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는 그다. 그러던 그가 어쩌다 ‘수녀와 경호원’이라는 신파 멜로물의 감독을 맡게 되면서 자신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취향의 영화를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하지만 ‘수녀와 경호원’의 시나리오를 쓴 강작가는 그런 정감독에게 오히려 예술이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주제에 대하여 나름의 주장을 펼치게 되고, 결국 둘은 선술집에서 술에 취한 채 밤을 새워간다.
영화는 그렇게 한 씬 한 씬 촬영이 아슬아슬 진행되는데 상처한 경험이 있는 정감독과 남편이 바람을 피운 이유로 이혼을 했던 강작가는 어느새 서로의 이면에 숨은 인간적인 모습에 점점 끌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정감독은 강작가의 권유로 함께 등산을 하게 되고 하산하던 중 마침내 강작가의 솔직한 감정고백을 듣게 된다. 당황한 정감독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사람은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는다. 이것은 불변이다. 결과로만 보자면 그래서 삶은 어차피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안에서 갈등과 반목과 화해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늘 사랑하고 늘 행복이었으면 하는데도 역시 늘 증오하고 분노하며 번뇌로 밤잠을 설친다. 내가 사는 동안 대단한 무언가를 꼭 이루겠다며, 저마다 눈에 불을 켜고 무섭게 돌진해 나간다. 때론 그 목표달성을 위해 주위의 작은 희생쯤은 무시해 버리기도 한다. 가치도 정체도 뚜렷이 알 수 없는 커다란 그 무엇에 매여서 바동대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잘난 사랑도 제대로 한 번 못 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의 삶은 그리 긴 편이 아닌 것 같다. 일상으로부터 출발한 사소한 행복, 하루하루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검소한 바램, 그날그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빵과 물에 대한 감사....

그래, 삶은 얼마든지 기쁨이고 행복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가끔이라도.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보된다면 말이다.

 


 

 

극작가 이우천
73년 경기도 포천 출신.
92년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 졸업
현재 극단 대학로극장에서 극작가 및 연출가로 활동 중.
2001년 사랑합니다 작
2002년 창작하다 죽어버려라 작
2003년 신의 아들 작
2004년 우박 작
2005년 오뎅팔이 청년 작
2006년 수녀와 경호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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