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의 어느 건물이 무너진다. 작가와의 대담을 위해 그 곳에 있던 유명작가 손무일과 그를 추앙하던 무명작가 이가진이 함께 건물의 잔해 속에 갇힌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이 뭔지 아나.' 손무일이 묻는다.
'똥을 닦느냐 안 닦느냐의 차이야.' 라고 말하며 그는 사람이길 포기한다.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면서 당연히 나갈 수 있을 꺼라고, 여기 이렇게 계속 있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그는 먼저 희망을 포기한 듯하다. 그러니 자신에게 치명적인 그 비밀을 말해버리게 되었을 즈음에 구조대가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손무일은 불안해진다. 이가진이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손무일은 더욱 더 초조해진다. 그래서 이가진에게도 비밀을 말하라고 한다. 목숨을 위협하며 치명적인 비밀을 말하라고 그래야 공평하지 않냐고 말한다. 그래서 치명적인 비밀 하나를 만들게 한다. 그 담보는 자신의 목숨이다. 갇혀 있는 동안,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는 비결을 이가진이 계속에서 묻자 손무일은 대답한다. '없어, 나는 아무것도 없다구. 상황에 따라 변하는게 사람이지.' 이가진은 상황이 어떻든 글을 쓰는 사람이었기에, 글을 쓰고 글을 생각하고 글로 그의 내부는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손무일은 텅빈 껍데기에 상황에 따라 흘러가는 사람이었기에, 상황 덕분에 유명해지고, 상황 때문에 비참해지고, 상황 때문에 삶을 마감한다.
작가 임명철
72년 전남 목포 출신.
1997년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졸업
1998년 서강대학교 방송대학원 수료
2003년 극단 공연제작소 락<樂>창단 - 극단 대표 겸 상임 연출
2003년 극단 창단공연<소나기>황순원 작, 임명철 각색/연출
2004년 연극<불량식품><팔도 모창 가수왕>연출
2006년 연극<비밀의 규칙>임명철 작/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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