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변혜령 '장난감 총'

clint 2016. 6. 28. 16:02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저기요저 아직 죽지 않고 글 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 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 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 그러고는 곧 또 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졸업하고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 교수님, 깊이깊이 고개 숙여 고맙습니다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 고맙습니다. 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 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 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 약력 71년 서울 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 우승컵 양보 없다

 

심사평 - 오태석 김미희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문학 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 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분단문제나 문명비판, 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 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장난감 총이다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 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 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 다채로운 무대 활용 기법, 동시대적 언어감각, 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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