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곡에는 세 명의 남자 재수생과 , 같은 나이의 여자 나이트 삐끼가 등장한다. 나이트 삐끼를 사랑하게 되는 주인공 닐스와 스리랑카 불법체류자의 아이를 밴, 미술 선생님을 사랑하는 재롱, 아버지 때문에 거짓으로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는 척 하며, 스파르타 학원에서 재수생활을 하는 대령, 그리고 놀이공원 바이킹에서 아이 를 낙태하고 나이트삐끼로 살아가는 실버. 그들은 모두 구원의 존재를 잃어 버리고, 사랑을 찾아 헤맨다. 마치 그것이 자신들을 옭아매고 숨 막히게 하는 현실로부터 탈출구가 되기라는 하는 듯이. 닐스는 어느 날, 재롱이가 일하고 있는 삼류극장을 찾아가게 된다. 닐스는 재롱에게서 미술 선생님이 불법체류자의 아이를 밴 것과, 그 불법체류자가 무용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브로드웨이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닐스는 그 날 이후부터 그 아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남겨진 아이의 앞으로의 인생이, 자신의 처지처럼 외롭고 불안할 거라고. 닐스는 신문가판대 아가씨에게 ,버스카드 충전소 아가씨에게 ,엘리베이터 걸에게 사랑을 느껴보려 하지만 자격지심 때문에 결국 도망가고 만다. 재롱이 일하는 삼류극장 옥탑방에는 나이트 삐끼인 실버가 새들어 산다. 재롱은 실버를 닐스에게 소개시켜준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오고, 마침내 닐스는 실버의 옥탑방에서 잠을 자게 되지만 , 실버의 충격적인 고백을 듣고, 그 옥탑 방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 와중에 닐스는 그 곳을 도망쳐 나올 수도 ,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정신적인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미술 선생님이 아이를 낳는 과정 속에의 비명소리와 한때 놀이공원 바이킹에서 배 속에 든 아이를 유산시키고 비명을 지르던 실버의 모습과 사랑을 하고 싶었지만 자격지심으로 도망쳐야 했던 신문가판대 아가씨에게서 듣는 비웃음과 버스카드 충전소 아가씨의 비아냥과 유료화장실 할머니의 놀림과 유일하게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엘리베이터 걸에게 짓밟히는 환상을, 닐스는 처철하게 겪게 된다. 그리고 그 환상이 끝나자 문득 , 닐스는 자신이 스무살 이 된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대령은 스파르타 학원에서 나와 육사유니폼을 입고 어머니를 찾아간다. 마치 육군사관생도처럼. 어머니는 오랫동안 정신병을 앓고 있지만, 육사생도가 된 대령만은 알아본다.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 대령은 삼류극장으로 재롱과 닐스를 찾아온다. 그곳에서 또다시 육사시험에 떨어졌다는 고통스런 고백과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심경을 털어놓는다. 닐스와 재롱은 그런 대령를 이끌고 세운상가로 덴마크 포르노를 구하러 간다. 그 와중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대령은 , 24시간 세븐일레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학원비를 대주던 누나에게로 떠난다. 그렇게 대령은 스무 살을 맞는다. 재롱은, 스리랑카가 떠난 이후,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미술 선생님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스무 살을 맞는다. 그들 모두는 고통스런 스무 살 앞에서... 함께 그리고 홀로 웃는다.
(최원종)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재수생이라는 사회적 신분은 마치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위치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거친 노동의 고통보다는 숨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더 큰 고통을 겪는 불법체류자처럼 말이다. 재수생들이 짊어져야할 그 막강한 무게의 짐은, 사실 입시의 부담이기 보다는,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낙오된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느끼는, 공허한 외로움과 -사랑을 받고 싶다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억누르고 견뎌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그 외로움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는 과정 속에서 , 어른으로서의 성장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성장의 시간을 그리고 싶었다. 열아홉에서 스무 살로 이어지는 시간은, 누구보다 사랑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 시간이고 , 바로 그것 때문에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스무 살이기 때문에, 그 상처를 웃으면 덮어둘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나 자신에게 -웃어줘, 인생이란 그뿐이야- 하고 위로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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