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의 생애를 기록극 형태로 쓴 작품임
<선각자여>는 이광수의 일대기이다. 그의 친일 행각이 반드시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민족의 존속을 위한 심오한(?) 것인데 그 본의를 몰라 주는 세속적인 민중들에 대한 작가적 변명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말하자면 시각을 달리하면 인물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서 이광수라는 인물 해석을 새로운 접근을 통해 시도한 이재현의 원작은 그만한 선각자적 행적이 다듬어지지도 않은 두루마리식 서사 형식인데 이광수의 친일 행적도 극적 모티브가 뚜렷한 것이 아니고, 이광수를 보는 작가의 시각도 뚜렷하지 않아서 대본 심사과정에서는 연출가 이효영의 솜씨에 무대공연의 성과가 맡겨진 채 통과되었던 것이다.
이효영과 가교의 이승규는 몇 년간의 미국 체류기간에 수련되었을 연출 능력으로 해서 우리 연극계의 기대주임이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민중극단의 <선각자여>는 대본의 미비점이 연출력으로 커버되리라는 여망 아래 연극제 참가작품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재현· 정진수 공동작업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더니 마침내 개막은 정진수 연출로 고정하였다. 그 사이에 극단측 사정은 있었겠지만 공연 비용을 타내기 위한 공적인 극단 활동으로서는 지나치게 ‘공작적’이라는 인상을 풍긴 <선각자여>는 마침내 작가와 연출가 사이에 개작 문제를 놓고 또 말썽이 되었다. 그것은 개작의 선이 어디까지냐 하는 문제와 함께 작가가 개입하지 않은 연출가의 개작이 저작권 침해냐 아니냐의 문제로 확대된다. 작가 이재현은 민중극단의 연습 도중에 한 번도 연출가와 접촉한 적이 없는데 막이 오른 <선각자여>는 20여 명의 등장인물을 5명으로 줄인 정진수의 작품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정진수 교수가 1972년도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곧장 연극현장에 뛰어들어 연출 활동을 시작한 것도 어느새 30년이 훌쩍 넘었다. 잘했든 못했든 난 연출 활동을 하면서 무엇보다 희곡을 중요시 했다. 연륜이 쌓이면서 더러 무대적 상상력도 늘었을지는 몰라도 난 지금도 연출 활동이란 무엇보다 좋은 희곡을 찾아서 공연을 통해 이를 소개한다는 데 큰 의의를 부여해 오고 있다. 그래서 희곡을 열심히 읽었고 작품이 좋다고 느끼며 한국의 관객들에게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들을 골라서 열심히 무대에 올리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현대 영미 희곡 작품들을 주로 많이 번역해서 연출해 왔고 대개는 당시에 주목 받는 신작들을 많이 공연했다. 우리 창작극이기 때문에 공연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작용해서 그동안 적지 않은 수의 창작극 연출도 해왔다. 다만 창작극을 연출할 때에는 연출에 앞서서 희곡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주제넘은 생각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사연들로 해서 모여진 작품이 한 여섯 편이 넘자 책으로 꾸며보기로 한 것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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