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선욱현 ‘버꾸 할머니‘는 꼬부랑 할머니와 늙은 개 버꾸가 40대 손자에게 줄 엿을 구하러 길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할머니는 우연히 마주친 술주정뱅이 할아버지와 소녀에게 손자의 엿 값으로 준비한 돈을 밥값으로 준다. 사기꾼 약장수에겐 오래도록 간직한 가락지를 손자의 몸에 좋다는 약과 교환한다. 결국 빈털터리로 엿장수를 만난 할머니는 친정어머니가 물려주신 요강을 주고 손자의 엿을 쥐고 다시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엉켜진 일들이 돌아오는 길에 하나 둘 풀린다. 물론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은 벌을 받겠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재개발을 앞둔 폐허가 된 산동네에 할머니와 늙은 개 버꾸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사연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구수한 할머니와 늙은 개 버꾸의 눈을 통해 각양각색 인간들의 모순과 이기심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현실과 이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허상과 돌고 도는 세상의 이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할머니와 버꾸의 눈을 통해 욕심에 가득찬 인간의 탐욕을 고발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함과 추억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선욱현 작가는 “자기 욕망을 드러내고 자기 욕심을 챙기는데 참으로 거리낌이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영악하고 첨예해지고 뻔뻔하고. 그럴 때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느리고 지혜로운 우리 할머니들의 지혜가 그립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안에 새겨진 유전자 정보는 싫든 좋든 정을 간직하고 있다. 정의 전령이 할머니다. 구부러진 할머니의 걸음걸음에 멋진 감동이 피어나길 기대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과 정을 나누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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