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선욱현 '구몰라 대통령'

clint 2016. 6. 24. 07:27

 

 

 

 

 

불황의 늪에 빠진 나라를 단숨에 구해버린 영웅적인 대통령. 하지만 불의의 사고 후 무의식 중에 숫자 구(9)가 세상에 존재함을 알게 된 대통령은 이것을 불행의 씨앗이라고 경고하며, (9)를 아는 자들을 색출하게 하고 그들을 격리시킨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자신,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눈과 귀를 막고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어느 시점. 불황의 늪에 빠진 나라를 단숨에 구해버린 영웅적인 대통령이 있다전 국민은 그를 초 영웅적으로 지지하며 따르고 있다. 일 년 중 마지막 날,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업적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새해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이 땅에서 바보를 모두 몰아내겠다.’는 생각이다. 이 나라 이 민족이 약한 역사를 반복하는 것은 바로 바보들 때문이고 그런 바보를 없애야 이 나라가 영원히 부강한 나라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문제는 바보의 기준이었다. 어떤 기준을 잡아 바보를 구별할 것인가? 대통령은 고민하다가 처음엔 아이큐(IQ) 100이하를 바보로 규정하려 한다. 하지만 뭔가 개운하지 못하다. 그러던 중 새해 첫 날 새벽, 대통령은 애첩처럼 아끼는 여비서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통령은 삼일 동안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데, 그 비몽사몽간에 ‘9’라는 숫자를 보게 된다. 810사이에 또 다른 숫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깨어난 대통령은 총리와 비서실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상의한다. 하지만 총리와 비서실장은 그런 숫자는 세상에 없다고 대통령을 설득한다. 대통령은 학자까지 불러 이 문제를 상의하고 학자는 ‘9’는 세상에 존재했지만, 어느 순간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9’라는 숫자는 이제 가능성일 뿐이며 세상에 행복을 가져오는 숫자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결국 대통령은 자신이 모르고 있고, 세상사람 모두 모르고 있는 9라는 숫자는 세상에 불화를 가져올 못된 숫자이며 반역의 씨앗임을 경고한다결국 대통령은 9를 알고 믿고 있는 자들은 모두 바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제 전국에 걸쳐 9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색출 구금하기에 이르고... 전국에 걸친 조사 끝에 40여만 명이 9를 알고 있다고 답을 하여 그들은 가스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를 두고 정부 각료를 소집한 대통령은 최후의 회의를 한다. 과연 이 처형은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대통령은 중대한 결심을 발표한다. 과연 9를 모르는 우리의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보여줄 것인가!

 

 

 

 

 

<구몰라 대통령>은 구(9)를 모르는 대통령의 세상 비틀기로 자신의 무지가 국민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모르는 대통령과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정작 민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귀는 대통령에게만 향해있는 정치인들을 풍자한다<구몰라 대통령>은 지나간 역사도 아니요 또한 연극만이 아닌 현실의 모습인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한번쯤 우리 자신도 그 두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마 이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소위 각료들의 회의 중에 대부분 표현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배우들의 각각의 대사에서 은연중에 나오는 수많은 정치인들의 패러디와 공공연한 언론장악, 그리고 시청앞 대학살 등 굳이 대한민국임을 지칭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정치계를 연상시키는 대사와 소품들은 연극 <구몰라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작가의 글 선욱현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단 사실을 인지하면서, 또 내가 사는 오늘 우리 현재를 돌아보면서 문득 바보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자신이 너무도 똑똑하다고 믿는 바보 이야기. (이건 시대와 국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학자는 기성세대라 불리는, 혹은 지배층이라 불리는 층들은 세상을 위해, 많은 사람을 위해 더욱 현명해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지혜가 모자라면 어디서든 지혜를 구하고 경청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은 모양이다. 바보와 악인은 다르다. 바보는 사실 남에게 손해(損害)를 끼치지 않는다. ()라고 하더라도 경미한 불편함이나 일시적인 짜증으로 가름할 수 있는 일이다. 악인은 다르다. 바보가 악인이 되면 세상을 파괴한다. 많은 피해자를 낳는다. 바보가 악인이 되는 과정을 다뤄보고 싶었다. 문득 히틀러 생각도 났고, BBK의 실소유주도 생각이 났다. 그래서 숫자 9를 모르는 대통령이란 인물이 번뜩 머리에 찾아들었다. 이 드라마는 과거에 나타났던 혹은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는 바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도 평범한 바보가 아닌 지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바보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그런 바보가 나타난다면 우린 엄청난 비극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바보가 나오는 이유가 사실은 우리 자신에게도 뭔가 책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깊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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