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준용 각색
'말괄량이 길들이기' 메리 홀 버전!
이 작품은 서강대학교 메리 홀에서도 색다른 버전으로 각색되어 공연되었다. 서강 연극회의 공연은 아니었고, 1980년 겨울에 학교 홍보를 하기 위해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는데, 약 1주일간의 공연동안 매번 너무 많은 관객이 몰려왔기 때문에, 입석까지 채운 뒤에는 사람들을 못 들어오게 막느라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의 공연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소위 '극단 서강'이란 것을 만들어서 얼마동안 메리 홀을 중심으로 공연을 계속했다.
내가 당시에 '말괄량이'를 각색하게 된 의도는 다음과 같다. 고등학생들이 대학교 극장에서 하루 저녁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는 셰익스피어의 코미디처럼 즐겁고 또 유익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말괄량이 길들이기'였고, 그 옛날 영국의 관객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함께 하는 젊은 관객을 위해 몇 가지 바꾸었다.

셰익스피어의 시대는 지금과 같은 사실주의의 시대가 아니었고, 실제 공연에서는 의상이나 소품 등을 정확하게 고증하지 않은 채 그저 '막연한 옛날'로 표현되었으며, 많은 이름도 실제로 사건이 벌어지는 나라의 이름이라기보다는 당시 영국의 이름을 사용하였다. 더구나 코미디의 경우는 이것이 더욱 심했다. 그래서 우리도 시대와 장소를 (이태리의 지명은 그냥 썼지만) '막연한 때와 장소'로 정했다. 의상도 약간만 구식이면 되었기에 거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실제로 1980년 공연 시, 케이트는 야구 모자를 쓰고, 채찍 대신 야구 방망이를 들었으며, 의상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름도 원작의 긴 이름 대신에 조금씩 짧게 줄여서 부르기 편하게 고쳤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주제였다. 새로운 주제의 표현을 위해 줄거리와 장면, 인물과 대사가 많이 바뀌었으며, 새로운 주제는 원작의 주제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원작은 남자(페트루키오)가 말괄량이를 무력으로 길들인다는 내용이지만 새로 바꾼 주제는 말괄량이 가 자신이 택한 남자(피이터)를 길들이기 위해 자신이 길들여지는 척한다는 (혹은 자의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사는 오늘의 현실에 더 적합한 (최소한 여자 관객들은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셰익스피어 연극의 뛰어난 점 중 한가지는 무대가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셰익스피어 시대의 극장을 재현하는 대신 자유로운 공간이 많은 무대를 만들고 조명과 소품 몇 가지로 여러 장소를 쉽게 표현했다.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이 각색된 작품은 결과가 아주 좋았다. 관객은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며 공연에 대한 평도 아주 좋았고, 참가하거나 본 사람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이, 역시, 읽는 것 보다 보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 버전은 그후 언제인가 극단 성좌에서 다시 공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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