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쥴리엣을 윤형섭이 재창작 한 작품이다
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희곡을 번역한데서 오는 생경함으로 인하여 두 연인의 풋풋한 사랑과 이별의 순간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하여 두 연인의 사랑을 보다 친숙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장황한 시와도 같은 셰익스피어의 문체는 인물들의 짧은 대화 속에 녹아들게 하고 대신 대사 속에 감각적인 표현들을 이용하여 셰익스피어의 시적 언어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조는 일반적인 이야기의 순서를 살짝 뒤바꿔 편집하여 영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이야기와 이야기,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해설을 이용하여 극을 전개시켜나간다. 다섯 명의 배우들은 각기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극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때론 포근한 서사역이 되어 인물과 소통하거나 극을 진행시키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 장치를 통하여 20대 중후반의 청년들이 관객들에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화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였다. 거기에 노래와 춤, 인형 등 다채로운 연극 언어를 구사하면서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주요한 이미지들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다섯명의 싱싱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열정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혼란스런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이 취하게되는 인생에 대한 다양한 태도와 시각을 보여주고 그러한 가치관들이 사랑과 그 사랑으로 인한 죽음을 통하여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예기치 못했던 사랑과 그에 따른 비극을 보여주지만 그 비극의 전에는 아름다운 한 순간이 있었음을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그런 것을 통하여 미래를 대비해야하고 밝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순간의 행복을 져버리도록 강요받는 시대에 지금 한 순간의 행복과 아름다움의 가치관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연극은 다섯명의 젊은이들이 끌어가게 된다. 그들은 이 연극을 이끌어가는 해설자이며 로미오, 줄리엣, 티볼트, 머큐쇼, 벤볼리오라는 배역이기도 하다. 다섯명의 젊은이들은 사랑에 관한 각자의 입장이 나타나는 프롤로그를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고 왜 이 얘기를 꺼내야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는 다시 젊은이들의 죽음이 재현되고 끝까지 살아남은 벤볼리오가 나와 모두의 혼자 남겨진 슬픔을 표현한다. 연극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줄리엣 집안 파티에 가려는 친구들의 대화로 이어지고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합쳐질 수 없는 두 원수집안의 연인의 행보는 비참하게만 흘러가고 끝내 자살을 하고야만다. 그 모든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끝나면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왜 그런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가는 다시 질문하게 되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이미 성장한 벤볼리오가 친구들의 무덤가를 찾는다. 그리고는 씁쓸한 인생이 계속되지만 찬란한 행복의 순간이 소중했었음을 이야기한다. 그와 함께 연극은 다시 가장 아름다웠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장면을 보여주고는 끝이난다.

<로미오와 줄리엣 - 보헤미안>열혈의 환경연극의 첫 번째 시도로 준비되었으나 축제기획팀과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공연 일주일 전에 거리극에서 무대용 공연으로 갑작스럽게 바뀌어 버렸던 공연입니다. 계획했었던 개념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헤이리 예술인 마을은 광장, 갈대숲이 우거진 늪, 조형미가 돋보이는 건축물들과 녹지로 조성되어 있습니다.<로미오와 줄리엣 - 보헤미안>은 10명의 보헤미안들이 커다란 수레를 끌고 다니며 베로나에서 목격한 비극적인 연인의 이야기를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역할 바꾸기를 하며 전해 주는 방식입니다. 보헤미안들은 외발자전거를 타거나 저글링을 하고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을 관객들을 모으고 관객들을 미리 세팅해 둔 장소로 이끌고 다니며 공연을 하게 됩니다. 수레를 여러 가지 형태로 해체하고 조립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는 무대장치이며 녹지와 건물, 갈대숲에는 각종 조명 장치가 숨어 있습니다. 광장에서의 전투, 다리에서의 사랑, 늪에서의 절규 등 다채로운 표현을 계획하였지만 예정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 그런지>열혈의 특정 공간의 연극을 이야기할 때 가장 주가 되는 공연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계획했던 것이 비교적 충실하게 이루어졌고 그대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작품입니다. 2004년에 3회를 공연하였고, 2005년에는 수정. 보완한 작품으로 2회 공연하였습니다. 작업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세부적인 설명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공간 결정 - 공연 형식 결정>열혈 거리극의 가장 우선적인 작업은 공연 공간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보통 공연예술 축제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연이 결정되면 행사장 인근의 적당한 장소를 물색합니다. 이동 경로, 거점으로 이용될 구역, 구조물, 관객의 시각선 등을 고려하여 적당한 공간을 설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연의 전반적인 시각적 개념이나 형식이 결정되는데 이를테면 헤이리의 환경을 보고 보헤미안이라는 떠돌이 광대들이라는 개념을 이끌어 냈고 춘천 강원대학교의 경우 광장에서 이어진 연못과 그 주변을 둘러싼 수풀, 다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바탕으로 제의적인 형식<RITUAL>을 선택하였습니다.<그런지>의 경우 대학로 뒷골목과 후미진 굴다리, 미로와 같은 골목, 이화장 산책로의 교묘한 녹지를 보며 뒷골목 밑바닥 인생의 느낌과 너바나의 음악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공간 분석 - 공연 대본>공간이 결정되면 세부적인 분석에 들어갑니다. 관객이 처음 모일 장소, 공연 동안의 이동 경로, 각 씬의 거점과 시각선, 배우 이동 시간과 관객 이동 시간 등의 세부적인 분석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그런지>첫 장면은 이화동 굴다리 밑에서 시작됩니다. 그 다음 거점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그럴 경우 한 번에 경사를 올라가기는 숨이 차기 때문에 경사를 올라가는 동안 세 번의 거점을 거치게 됩니다. 그 세 번 중 한번은 빠른 속도로 두 번은 느린 속도로 관객들이 이동하게 되며 관객을 이끄는 안내자의 대사에 “힘드시죠?”. “음악을 틀어볼까요?”하는 등의 대사를 넣게 됩니다. 그곳에서부터 다음 거점까지 가기 위해선 상점이 많아 산만한 주택가 골목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 거리를 50명의 관객을 이끌고 통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확한 시간 계산을 하여 적정량의 대사와 즉흥적인 대사의 여지를 많이 두어야 합니다. 또 거점에서 거점으로의 이동을 속도감 있게 하기 위하여 두 명의 안내자가 번갈아 관객을 이끌어 갑니다. 관객 정리가 필요한 장소가 있거나 기대감을 부풀게 해야 할 장소에서는 “이런데서 발을 헛디디면 큰일 납니다!”라든지 “이 골목을 돌면 기분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겠죠?” 등의 대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공간디자인 - 기술적인 문제>완전한 공연 대본이 만들어지면 각 공간에 대한 디자인에 들어갑니다. 디자인의 기본 개념은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지만 필요에 다라 공간에 해석을 가하거나 다른 구조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줄리엣의 아지트인 움막을 수풀 사이에 만들기도 하고 두 패거리 영역의 경계를 표현하기 위해 수풀 사이에 여러 개의 막대기를 꽂아 놓기도 합니다. 또한 관객의 눈을 피해 등퇴장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도 합니다.
조명의 경우 가로등, 배터리를 이용한 이동식 조명기 등을 발명해야 합니다. 나뭇가지나 구멍 등을 이용하여 배우를 밝혀주는 기본적인 용도 외에 다양한 장관을 연출해야 합니다.<그런지>의 경우 벽에 뚫려있는 배수 구멍 안에 컬러 조명을 장치하고 블랙라이트를 이용하여 바닥에 형광색 발자국을 드러나게 하며 나무에 꽃가루 장치를 만들어 뿌리기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각 공간마다 스위치, 디머의 위치가 다르므로 효율적인 조명 컨트롤을 위한 스위치의 위치도 계산하고 그곳이 보이지 않도록 장소를 결정하는 일도 해야합니다. 공간디자인의 경우 기술적인 한계에 많이 부딪치게 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전기 문제입니다. 가로등이나 별도의 배전반 이용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아 발전기를 이용하여 매우 긴 전선을 이용해야합니다.<그런지>공연에서 쓰인 전선의 총 길이는 약 3km정도 되는 길이입니다.

<연습>두 가지의 연습을 병행하게 되는데 하나는 연습실에서의 연습입니다. 일반적인 연극 연습과 비슷한 방법으로 주로 장면 연습을 위주로 합니다.
또 하나는 현장에서의 연습입니다. 야외에서 필요한 발성과 연기 양식을 발견하고 이동 경로를 숙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서사역 혹은 안내자 역할의 배우와 극중 인물 연습은 거의 별도로 진행되는데 안내자는 현장을 중심으로 이동에 따른 시간 점검과 돌발 사태에 대한 계획, 관객 정리를 대비한 위치 선정 등을 주로 파악합니다. 인물들의 연습은 주로 연습실에서 다른 연극과 비슷하게 연습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연기가 시작된 후에 관객이 몰려들고 관객이 다 정리된 후에 장면이 시작되는 특성을 고려하여 시작 지점에서의 집중력을 키우는 쪽으로 훈련하고 각 공간마다 다른 객석의 위치를 고려하여 다양한 시선 처리를 연습합니다. 또 야외의 특성을 고려한 발성, 무대보다 훨씬 더 큰 체력 소모를 대비하여 발성 훈련과 체력 훈련을 병행하게 됩니다.
<음악과 음향>이동식 공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음악과 음향입니다. 어렵다기 보다는 예산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 예산의 한계가 있는 한 욕심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습니다. 열혈 공연의 경우 충전식이며 와이어리스가 장착되어 있는 관광가이드용 앰프를 이용합니다. 일반 무선 마이크는 수신기와 음향기기를 이동하기 어려우므로 쓰기가 힘듭니다. 현재까지 열혈의 공연은 안내자 외에는 육성으로 대사 전달을 했지만 차후에는 의상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앰프,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마이크 장치 등 다양한 음향 장치를 실험할 계획입니다.
<그런지>두 번째 공연에서는 라이브 밴드를 활용하였는데 매우 색다르면서도 생생한 느낌을 줄 수 있었습니다. 거리 공연에서의 라이브 음악은 현장성을 배가시키고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장치로 앞으로의 열혈 작업에서 훨씬 더 가치 있게 활용하고자 합니다.
<셋업과 리허설>어렵게나마 공연은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연을 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셋업과 리허설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날씨는 야외 공연의 가장 큰 위험 요소입니다. 실제로 춘천에서 공연 2시간을 앞두고 소나기가 내려 공연을 취소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비가 올듯 말듯 하여 셋업을 강행했지만 결국 조명기와 전선이 물에 젖어 공연을 2일 연기해야 했고 계속되는 비로 총 두 번의 연기 끝에 결국 공연을 취소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태양광을 제어할 수 없으므로 해가 지면 작업이 힘들고 해가 있을 땐 조명관련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그런 특성 때문에 거리극의 무대와 조명은 셋업과 철수가 용이하도록 모듈화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연>공연은 매우 정신없고 속출하는 문제의 향연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차량이 지나가는 것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고 굴다리 밑에서의 패싸움 장면을 본 주민이 실제 싸움으로 오해하여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습니다. 또 관객과 함께 지나가야 할 골목이 예정에 없던 공사로 인해 몇 대의 레미콘으로 막혀 관객을 이동시키는데 쩔쩔맸던 공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앞뒤가 뚫려 있는데다가 다소 산만한 분위기이므로 공연 중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관객들은 춥고 고생스런 여정(약 1Km 정도의 거리, 런닝타임 110분)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관객이 줄 거라고 예상했었지만 도중에 하차한 관객의 자리를 도중에 승차한 관객이 채우며 많게는 60여명의 관객을 이끌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산만한 분위기와 잘 들리지 않은 대사에 답답해하기도 하고 잡담도 많지만 티볼트의 살인, 로미오의 살인, 두 연인의 자살 장면이 벌어지는 주택가 골목에서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야경을 보며 난간에 기대앉은 로미오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극장에서는 절대 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는 관객의 평은 저희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작/연출 윤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졸업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희곡작가 등단<저녁><기억캐도 소용업써 부닥칠게 뻔하니깐>작, 연출
<유리동물원>연출 뮤지컬<하드락 카페 2>조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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