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22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법'

우리는 법치국가, 법을 정의와 거의 동일시하는 사회에 살면서도 진정 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또 깊이 생각하지도 않는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믿을 뿐이다. 세상을 뒤흔들고 신문지상을 요란하게 장식하는 수많은 부조리한 사건들, 사실이라 믿기조차 어려운 일들인데도 당사자들은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법대로 하자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혼돈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태에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소설 ‘법’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착잡한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법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 실체와 모순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이는 스위스 출신으로 1945년 이후 독일어 문학권내에서 ..

좋아하는 소설 2023.02.01

마르크 레비 '그대를 다시 만나기'

마르크 레비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영화명:『천국 같은』)의 결말부, 아더는 로렌 주변사람의 종용으로 의식을 되찾은 연인을 두고 어쩔 수 없이 그녀 곁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그녀와의 사랑의 추억을 잊기 위해 떠난 프랑스에서조차 그는 로렌을 잊지 못하고 내내 그리워한다. 한편 건강을 회복한 로렌은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의식을 되찾았을 때 불안해하는 자신의 손을 잡아주며 곁을 지켜준 이름 모를 남자를 잊지 못한다. 『그대를 다시 만나기』는 아더가 프랑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절친한 친구이자 동업자인 폴, 다정한 이웃 모리슨 부인은 원치 않는 이별로 상처받은 아더를 위로한다. 그러나 그녀를 잊으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만큼 아더의 마음속에 ..

좋아하는 소설 2023.01.30

정명섭 '조선직업실록'

작가의 글 오래전 조선시대에 우리 선조들은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았을까? 농민과 어민, 상인과 무역상, 물건을 지게에 짊어지고 장터를 떠도는 보부상과 왁자지껄한 주막에서 사내들에게 술과 안주를 파는 주모 등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조선은 500여 년이라는 기나긴 역사와 수백만의 인구를 가진 적지 않은 규모의 국가였다. 당연히 이 나라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했다. 그중에는 오늘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직업도 있고, 명칭만 다를 뿐 지금도 남아있는 직업도 있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실제로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직업도 있었다. 역사 속의 직업들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사회와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직업의 탄생과 소멸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 망..

좋아하는 소설 2023.01.29

김호연 '연적'

김호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연적』. 연적이었던 두 남자가 죽은 연인의 1주년 기일에 우연히 만나 연인의 뼈가 든 유골함을 들고 대책 없는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옛 여자 친구의 기일에 그녀의 뼈를 안고 그녀가 생전에 좋아했던 장소를 찾아가는 아이러니, 그 길을 달라도 너무 다른 녀석과 싸워가며 함께해야 하는 부조화가 소설적 재미와 따뜻하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출판사 편집자인 ‘나’는 ‘결정장애인’이라 불릴 정도로 매사에 신중하다 못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 반대로 여자 친구 재연이 ‘나’를 만나기 전에 사귄 남자인 ‘앤디’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던 사람답게 우람한 근육을 장착한 허세 많고 저돌적인 행동파다. 과거에 연적이었던 ..

좋아하는 소설 2023.01.27

마르크 레비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

마르크 레비는 1966년 프랑스 몽블랑 산에 추락한 인도 여객기 칸첸중가의 잔해에서 인도 외교관의 편지가 발견되어 그의 후손에게 전달되었다는, 그야말로 소설 같은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이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 소설의 첫 머리 역시 비밀 임무를 띤 인도 외교관이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할 서류를 들고 칸첸중가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행기가 몽블랑 산 중턱에 충돌하면서 임무는 영원히 수행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후 46년의 시간이 지나고 칸첸중가의 잔해에 접근하는 여자, 수지 베이커의 등장과 함께 비밀 임무도 다시 가동된다. 주인공 앤드루 스틸먼은 몽블랑 산 등반 중 조난당해 손가락을 잃은 수지 베이커라는 흥미로운 여성을 만나 모험에 뛰어든다. 3대에 걸쳐 내려오는 가문의 비밀을 추적하려는 집념..

좋아하는 소설 2023.01.26

마르크 레비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잘 나가는 《뉴욕타임스》 기자 앤드루 스틸먼은 20년만에 만난 첫사랑 발레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술집 노베센토에서 만난 미지의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앤드루는 결국 결혼식을 마치고 이별을 선언하게 된다. 그 무렵 과거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이 은폐한 사건을 취재하고 있던 앤드류는 조깅하던 중 피습을 당하고, 죽음이 임박한 순간, 돌연 의식을 되찾는다. 깨어난 곳은 피습당하기 62일 전, 자신의 집. 62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랑을 되찾고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을 살해한 자의 정체를 추적해나가는 앤드루. 과연 앤드루는 자신의 운명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로맨틱 스릴러로, 《뉴욕타임스》 수석기자 앤드루 스틸먼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

좋아하는 소설 2023.01.25

이광수 '단종애사'

줄거리세종대왕이 승하하시고 병약한 문종이 왕위에 올랐으나 재위 2년 만에 여러 신하들에게 어린 단종을 부탁하고 운명하신다. 문종의 아우이며 단종의 숙부인 수양대군은 집현전 학자인 정인지, 신숙주, 최항 등을 포섭해 자기편들을 만들고, 한명회가 작성한 살생부에 따라 김종서, 황보인을 비롯한 정부 중신들을 일거에 처치하고 죄 없는 자신의 친동생 안평 대군을 역적으로 몰아 처단함과 동시에 어린 단종을 협박해 섭정에 자리에 오른다. 이것이 바로 계유정란(癸酉靖難)이다.그러나 수양대군은 섭정에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왕위 찬탄을 노리자 이에 분개한 성삼문을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은 수양을 없애고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음모를 계획하지만 사전에 발각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후 정인지와 신숙주 등은 또 다른 단종복위..

좋아하는 소설 2023.01.23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소설의 프롤로그는 오베가 애플 전자제품 가게에서 점원을 윽박지르면서 시작한다. 오베는 아내 소냐가 죽은 이후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죽기(자살)를 바란다. 하지만 죽기로 다짐할 때마다 오베가 필요로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웃으로 온 패트릭의 차를 고쳐주기도 하고, 갈 곳 없는 고양이를 키우기도 하고, 기차에 치일 뻔한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오베는 괴팍한 성격과 꼰대다운 편향된 사고를 가지고 있지만 우직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남을 도울 수 있을 때는 돕는 성격으로 나와서 사건들을 처리할 때까지 죽음을 미루게 된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다양한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게 되는데 파르바네의 운전 연습을 돕다가 패닉에 빠져 운전을 하지 못하는 파르바네의 차 뒤에서 클락션을 울려 대는 차에 초보니까 꺼..

좋아하는 소설 2023.01.22

요나스 요나손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데뷔작으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이 네 번째 발표한 소설로,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알란 칼손이 101살 생일날 열기구를 탔다가 조난당하며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100세 때의 활약보다 더 버라이어티하다. 특히 북한 선박에 구조되어 북한에 가서 핵무기 전문가행세를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알란. 보통 사람 같았으면 낙원과도 같은 섬에서 무위도식하는 데 만족했겠지만 알란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알란의 101세 생일이 다가오고, 친구 율리우스는 생일파티를 위해 거대한 열..

좋아하는 소설 2023.01.21

정명섭 '한성 프리메이슨'

살해당한 서양인 부부의 죽음 뒤에 대한제국과 프리메이슨이 있다? 서양인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은 대한제국에 살았던 외국인들의 활동에 주목하고, 황제를 보좌하던 이름 없는 밀사들이 모인 대한제국판 국정원이라 불리는 제국익문사의 은밀한 활동과 그들의 존재 이유, 그리고 지금껏 명확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프리메이슨은 누구이며 그들이 대한제국에 온 이유를 보여주는 소설 『한성 프리메이슨』이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06년의 봄날, 평리원 검사 이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貞洞 洋人刺殺(정동 양인척살)’. 정동에 사는 서양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짤막한 한 줄이 전부였다. 호기심에 사건 현장을 찾은 이준은 피투성이가 된 서양인 부부의 시체를 보..

좋아하는 소설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