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법치국가, 법을 정의와 거의 동일시하는 사회에 살면서도 진정 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또 깊이 생각하지도 않는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믿을 뿐이다. 세상을 뒤흔들고 신문지상을 요란하게 장식하는 수많은 부조리한 사건들, 사실이라 믿기조차 어려운 일들인데도 당사자들은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법대로 하자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혼돈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태에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소설 ‘법’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착잡한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법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 실체와 모순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이는 스위스 출신으로 1945년 이후 독일어 문학권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