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225

어빈 웰시 '트레인 스포팅'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선정된 5천여 권 중 10위 "20세기의 1백 년 동안에 인류의 정신을 살찌우고, 세계에 가장 큰 영향 끼친 탁월한 책 1백 권을 선정한다면 당신은 어떤 책을 꼽겠습니까?"이러한 설문을 내걸고, 지난해 영국에선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영국의 상업 텔레비전 방송국인 채널4와 굴지의 출판사 워터스턴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 여론 조사에서, 어빈 웰시의 '트레인스포팅'이 10위를 차지하여 영국 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 조사는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실시됐는데, 전국의 각계각층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 인구가 망라된 독자 2만 5천 명을 상대로, 그들 각자가 다섯 권 씩의 책을 추천케 해서 모두 5천여 권의 후보작이 등장했으며, 그중 '트레인스포팅'이 당당하게 10위를..

좋아하는 소설 2023.01.08

정명섭 , 박지선 '연인 THE LOVERS'

『연인 THE LOVERS』. 세기의 로맨스냐 불륜이냐는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권력과 사랑 속에서 이름 붙여진 연인들(The Lovers). 이 책은 그들이 새겨 놓은 스캔들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그들의 사랑은 매혹적이면서도 낭만적이며, 때로는 매우 불순하기도 하다. 르네상스 군주이며 영국 국교회를 세우며 종교개혁을 감행한 군주 헨리 8세. 그는 아내들을 갈아치우고 죽이는 일로 악명을 떨쳤다. 그에게 사랑은 운명일까, 아니면 정치적인 것일까? 호레이쇼 넬슨 제독과 엠마 해밀턴의 사랑은 당대의 영국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그들은 가장 고귀하고 순결한 사랑을 나누었다. 이렇듯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악명 높았던 체사레 보르자에서부터 여왕의 시대를 이룩한 엘리자베스 1세, 성녀와 ..

좋아하는 소설 2023.01.07

카슨 매컬러스 '슬픈 카페의 노래'

미국 조지아 주의 어느 작고 쓸쓸한 마을에, 아버지의 사료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가 있다. 어밀리어는 사팔뜨기이며 180센티 장신으로 건장하고, 웬만한 남자 이상으로 힘이 세다. 그녀는 모두에게 인색하며,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순간은 오로지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 때’뿐이다. 어밀리어를 아는 누구도 그녀가 사랑을 알게 될 줄 몰랐다. 어밀리어는 일생에 단 한 번,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었던 괴물 같은 남자 ‘마빈 메이시’와 결혼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결혼생활은 일주일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그 후 마빈 메이시는 어밀리어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갈며 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밀리어는 그녀 앞에 우연히 나타난 꼽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된다. 생전 ..

좋아하는 소설 2023.01.06

레마르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망명 작가인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는 1898 년, 독일의 오스나브뤼크에서 태어났다. 레마르크는 18세의 어린 나이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몇 차례나 사선을 넘었는데, 이때 체험한 전쟁의 참상이 후에 발표한 그의 소설에 잘 나타나고 있다. 그는 종전 후 한때 시골의 국민학교 교사로 재직한 적도 있으나 얼마 후 퇴직하였다. 그 동안의 경위는 그의 두번째 작품인 '귀로'의 주인공에게 투영되어 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나날을 보내던 레마르크는 몇몇 직업을 전전하다가 9 년간이나 무명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1929 년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의 체험을 소재로 한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발표, 기록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거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 책은 ..

좋아하는 소설 2023.01.05

이청준 '이어도'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의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피안(彼岸)의 섬 이름이다. 대개의 문학작품들에 나타나는 피안의 이상향이란 현세의 모든 고난과 갈등에서 해방된 지극히 아름답고 행복스런 복락(福樂)의 땅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어도 역시 제주도 뱃사람들의 그런 복락과 구원의 이상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어도는 다만 그러한 구원과 복락의 이상향일 뿐만 아니라 제주도 뱃사람들의 죽음의 섬을 의미하기도 한다. 뱃사람들이 바다를 나갔다 돌아올 수 없게 되면, 그들은 마침내 이어도로 갔노라고 믿는다 한다. 이어도로 가서 이어도의 복락을 누리게 된 거라고 믿는다 한다. 그리고 그것을 믿고 싶어하는 뱃사람들은 그들의 위험스런 뱃길을 이어도로 위로받으며 두려움 없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소설 2023.01.04

전지영 '쥐'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 최수철· 소설가, 조경란· 소설가 올해 심사평에 제목을 붙인다면 ‘가족과 이웃의 서사’가 적합할 듯하다. 예심을 거친 여덟 편의 응모작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회복이 필요한 관계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변화하는 그 불가사의한 관계에 대해서인 듯 보였다. 주로 가족, 동료나 이웃들 사이의.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항상 필요하고 우리 삶에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일 테니까. ‘한밤의 발전소’는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순모 가족에게 지금 왜 여행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들이 가족 여행을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일게 했으나 제목에서도 명시된 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이 여행과 어떤 유기적인 의미를 맺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더 고민..

좋아하는 소설 2023.01.03

마르크 레비 '행복한 프랑스 책방'

건축가로 런던의 프랑스인 구역에 살고 있는 앙투안과, 서점 점원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마티아스, 오랜 시절 함께 인생을 겪어온 친구 사이. 삶이 지루하고 일상이 권태롭던 어느 날, 마티아스는 파리를 떠나 런던의 프랑스인 구역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한다. 단짝친구 앙투안의 설득에 못 이기는 척, 전처와의 재결합을 꿈꾸며 영국인 노신사가 운영하던 작고 오래된 프랑스 서점을 넘겨받기로 한 것. 이 기회에 철없는 삼십 대의 두 남자는 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함께 살기’를 실천에 옮긴다. 처음에는 각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그저 이웃으로 살려고 했으나, 혼자 사는 것에 물린 마티아스의 강력한 제안으로 두 집 사이의 칸막이벽을 허문 것. 드디어, 두 남자의 동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공동생활을 시작하며 세 가..

좋아하는 소설 2023.01.03

에스테반 마르틴 '가우디 임팩트'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을 모티프로 연쇄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가우디가 살해되었다'는 가정에서 시작해, 가우디의 7개 대표 건축물- 카사 비센스,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칼베트, 구엘궁전-속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 정교하게 그려진다. 1926년 6월 7일 오후, 산책 중이던 가우디가 전차에 치어 중상을 입는다. 택시 세 대가 모두 환자 이송을 거부, 가우디는 뒤늦게 신원미상자로 산타크루스 병원으로 이송된다. 그리고 사흘 후 바르셀로나 전체의 애도 속에 산토 토마스 병실 19번 침대에서 숨을 거둔다. 80년이 지난 2006년 6월 7일, 가우디의 최후를 기록한 일기장이 발견되고, 일기장의 주인인 후안 히벨이 자살..

좋아하는 소설 2023.01.02

크리스티앙 자크 '람세스'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장편소설로 이집트를 배경으로 왕자에서 파라오로 등극하며 성장해가는 람세스 2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상하 이집트와 수도의 천도, 그리고 리비아, 히타이트와의 대립 관계나 작중 그리스가 잠깐 등장하는 등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집트의 왕자인 람세스가 파라오로 등극하여 이집트를 통치하는 과정에서 본인과 그 주변인물이 겪어가는 여러 사건을 통해 인간인 람세스가 파라오인 람세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절대자로서 점점 고독해져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중 무대이자 세계관의 중심인 이집트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 실질적인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매체는 나일강과 이집트라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흔히 서구 문화의 두 기둥은 그리스 중심의 헬레니즘과 이스라엘 중..

좋아하는 소설 2023.01.01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자기의 (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을 향해 ‘네 인생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신기한 스타일을 취한다. ‘나’는 어떻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의 인생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거기에 이 SF 단편을 움직이는 엔진이 숨어 있다. 화자인 여성은 언어학자이다. 어느 날 지구 밖 궤도에 비행물체가 나타나고 지구에는 외계 생명체들이 찾아온다. 언어학자인 루이즈 뱅크스는 물리학자인 게리 도널리와 팀을 이루어 ‘헵타포드(일곱 개의 다리)’라 불리는 그들과의 의사소통 프로젝트에 합류해 그들의 이질적인 언어를 연구하게 된다. 복잡한 그래픽 디자인을 모아놓은 것 같은 그들의 문자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순서대로 읽는 문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림이나 댄스에 가깝다. 그리고 인간의..

좋아하는 소설 2022.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