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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clint 2022. 12. 31. 13:01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화자인 가 자기의 (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을 향해 네 인생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신기한 스타일을 취한다. ‘는 어떻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의 인생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거기에 이 SF 단편을 움직이는 엔진이 숨어 있다. 화자인 여성은 언어학자이다. 어느 날 지구 밖 궤도에 비행물체가 나타나고 지구에는 외계 생명체들이 찾아온다. 언어학자인 루이즈 뱅크스는 물리학자인 게리 도널리와 팀을 이루어 헵타포드(일곱 개의 다리)’라 불리는 그들과의 의사소통 프로젝트에 합류해 그들의 이질적인 언어를 연구하게 된다. 복잡한 그래픽 디자인을 모아놓은 것 같은 그들의 문자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순서대로 읽는 문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림이나 댄스에 가깝다. 그리고 인간의 인식이 원인과 결과라는 시간적인 순서에 얽매어있는데 반해 헵타포드는 그 모든 것을 동시에 인식한다.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언어학자의 루이즈의 인식 방식 역시 점차 변화하게 된다. 작가는 그 변화를 ()’에 대한 이야기라는 형태로 인생과 이어지게 만듦으로써 S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의 마음까지도 단숨에 사로잡는다. 사유 체계가 다른 존재와 소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간을 인과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테드 창은 아이비리그의 브라운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기에, 과학, 기술, 더 나아가 언어학, 생물학, 신학, 신화 등에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다양한 지식을 기반으로 이를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낸 그의 소설들은 굉장히 지적이면서도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단편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 역시 영화와는 다르게 지적이고 과학적인 작품으로 독자로하여금 원리를 이해시키려 하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책과 영화를 모두 보고 그런 장점을 두루 이해하면 모두 풀릴 듯한 기발한 소재를 지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