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첫 장편 소설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4)는 평단과 독자들의 극찬을 받으며 단번에 출판계에 니페네거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간 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시간과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승화시킨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3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7백만 부 이상 팔렸으며 계속해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2009년 영화로 제작되었다.
작품은 너무나 새롭고 재미있게 전개된다. 클레어는 미래에서 온 남편을 6살 때부터 만나기 시작해서 그녀가 20살 때, 28살의 "현재의" 핸리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시간 여행을 온) 남편들 중 가장 젊은 남편을 현재에서 만나게 되고, 어리둥절해하는 핸리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소중한 아이를 가지게 되고...
이렇게 완벽하게 소녀판타지를 채워주는 작품이라니! 왜 이 작품이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현재의 인물과 미래의 인물이 만나고, 그리고 사랑을 하고, 서로를 기다리고....
유전적 장애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시간 여행자 헨리. 모든 소지품과 옷을 남겨 두고 알몸으로 갑자기 다른 시간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는 시간 여행은 그에게 저주나 마찬가지다. 시간 여행을 할 때 그는 음식과 옷을 구하기 위해 도둑질과 폭력을 일삼고, 그 때문에 늘 도망치거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임신한 아내 클레어는 아이가 계속 유산되는 진통을 겪으며 아이 역시 태아에서부터 유전적 장애로 시간 여행의 피해자로 유산된 것을 알게 되고 지극정성으로 딸을 출산하게 되고 그 딸이 미래에서 찾아온 것도 보게 된다.

이 작품이 여타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시간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과거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가 바뀜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두 주인공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게다가 보통의 타임슬립 세계관에서 말하는 과거의 자신을 만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그런 룰로 없다. 시간여행의 고통을 본인이 잘 알기에 현재의 자신은 시간여행을 온 또 다른 자신을 최대한 도와주려 한다. 그래서 사건이나 갈등이 아니라 오롯이 두 주인공의 감정에만 집중하게 된다. 특히 작품의 제목 같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도 슬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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