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225

윌리엄 디트리히 '로제타의 키'

혼돈의 18세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코르시카 섬 출신의 젊은 장교 나폴레옹이 아크레 공성전 패배,야파 대학살 등 연이은 참패에도 불구하고유럽 전체를 뒤흔드는 영웅으로 급부상한 것이다.왜 500인 위원회를 비롯한 정치가들은 갑작스레 나폴레옹의 손을 들어주었을까?혹시 나폴레옹을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한 신비한 주술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퓰리처상 수상 작가 윌리엄 디트리히는 이 역사 속 미스터리에 주목하여그것을 푸는 열쇠로 신비의 두루마리 ‘토트의 서’를 착안해낸다.파라오가 죽을 때까지 숨기려 했고, 홍해를 가른 모세가 훔쳤으며,템플기사단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두루마리를 나폴레옹이 손에 넣었다는발칙한 상상력 아래 에단 게이지의 숨 막히는 대모험이 펼쳐진다!프랑스군과 영국군을 오가며..

좋아하는 소설 2025.03.30

이해조 '자유종'

이 작품의 배경은 1908년 음력 1월 16일 밤 이매경 여사의 집이다. 등장하는 인물은 신설헌, 이매경, 홍국란, 강금운 등 네 사람이다. 이 가운데에서 신설헌 부인이 사회격으로 제일 먼저 토론회를 제의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녀는 먼저 구시대의 유습인 여성의 인종(忍從)과 예속이 타파되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는 여성 역시 새 시대의 의미, 국가와 민족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신설헌 여사의 말로 토론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내용은 여권(女權) 문제와 교육을 통한 개화·계몽, 국가 사회의 부강·자주책, 미신 및 계급·지방색 타파 등에 미친다. 먼저 여권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가 절대 지배권을 행사하는 우리 사회의 폐습이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

좋아하는 소설 2025.03.23

오 헨리의 단편 '금고털이'

지미 발렌타인은 금고전문털이 도둑놈이었다. 감옥에 갇혀서 열심히 구두를 수선하다가 4년의 형기 중 열 달 가까운 날 풀려나게 된다. 모범수로 인정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변화되었던 것일까? 그가 친구에게 맡겨둔 금고털이도구들을 챙겨서 사라진 뒤 일주일 쯤 이곳저곳 은행들에서 금고가 털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수법이 여지없이 발렌타인의 것으로 드러난다. 여기서의 전담형사는 벤 프라이스라고 한다. 어느 날 오후, 조그만 마을에 지미 발렌타인이 나타난다.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멋쟁이 신사 차림이다. 은행에 들리지만 이번에는 금고를 털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는 구둣가게를 오픈한다. 구둣가게는 번창하고 그는 온 마을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되고 그 마을의 은행장의 딸과 약혼도 하게 된..

좋아하는 소설 2025.03.04

마르셀 에메 '벽을 통과하는 남자'

파리 몽마르트르 오르샹가 75번지 2호의 4층에 매우 선량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뒤티유욀이라 불리던 그 남자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마치 열린 문으로 드나들 듯이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않고 벽을 뚫고 나가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이다.  이 기이한 능력을 꺼림칙하게 여긴 그는  동네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고, 의사는 그에게 체력방전을 준다. 처방한 알약을 1년에 2알씩 먹으라고 한다. 뒤티유욀은 처음 한 알을 먹고 나머지는 서랍에 넣어둔 채 까맣게 잊고 산다. 공무원의 특성상 체력을 과도하게 소모할 일도 별로 없고,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이상한 능력을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싶거나 그걸 이용해 어떤 욕망을 달성하고픈 마음도 없어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능력이 자신에..

좋아하는 소설 2025.01.26

존 버컨 '39계단'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비밀단체의 추격을 받는 이 작품은  초반부부터 흥미진진하다. 한 남자가 주인공 해니를 찾아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비밀단체가 엄청난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쫓기고 있으며, 따라서 '죽어야 산다'고 말한다.  이어 남자는 시체를 가져와 자신이 죽은 걸로 위장한다.  그래서 해니는 당분간 남자를 자기 집에서 있게 한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해니는 그가 거실에서 죽어있는 걸 본다.  예리한 칼에 찔려서. 그리고 자신이 집에 있으면 모든 죄를 덮어쓸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돈과 간단한 가방 남자의 수첩을 챙겨  스코틀랜드 행 열차를 탄다. 이후 죽은 남자의 운명은 이제 고스란히 주인공의 몫이 됐다.  진실을 알고 있는 해니가 정체불명 단체의 ..

좋아하는 소설 2025.01.04

아멜리 노통브 '왕자의 특권'

누군가가 내 집의 거실에서 죽는다면? 당연히 의사나 경찰을 불러야겠지만 일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시신을 부축해 택시를 불러 타고 응급실로 직행하는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면 사망한 이가 택시를 타고 오는 도중에 죽은 것으로 처리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경찰도 택시도 부르지 않았다. 죽은 이의 신원을 훔쳐 새로운 삶으로 뛰어들고 말았던 것이다.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새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밥티스트는 낯선 사람이 찾아와 자기 집 거실에서 느닷없이 죽자 그의 신원을 훔친다.죽은 올라프 질더는 베르사유에 살며 재규어를 몰던 부자였다.그는 올라프 질더가 되어 그의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고급 샴페인을 마시는 호화로운 삶을 살게 된다.두 ..

좋아하는 소설 2024.12.12

김호연 '나의 돈키호테'

2003년, 대전 구도심에 있는 ‘돈키호테 비디오’는 몇몇 동네 중학생들의 아지트다.  스스로를 한국의 돈키호테라 부르는 가게 주인 ‘돈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너그럽다.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떡볶이도 먹고 가끔은 과외도 해주는  아저씨가 있는 이곳을 외롭고 심심한 청소년들은 놀이방이자 공부방처럼 드나든다.  그들이 이곳에서 배운 건 오직 하나. 꿈을 가지고 나아가라는 것.  마치 돈키호테가 세상에 정의를 세우겠다는 꿈 하나로 모험을 떠나듯,  돈 아저씨는 그들이 꿈을 얻고 키워 세상에 나가기를 응원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늦가을, 외주 프로덕션 6년 차 피디 솔은  자신이 기획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고 좌절한 채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마냥 백수..

좋아하는 소설 2024.12.10

아멜리 노통브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소설의 원제는 '튜브의 형이상학'이다. 노통의 특기, 과장의 미학이 엿보인다. 내용 또한 자신을 신이라 믿는 어린애의 얘기다.   이 아기는 확실히 다른 아기와는 다르다. 우선 울지 않는다. 울음은 아기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그만한 나이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소통이다. 울음의 부재는 곧 관계의 부재고 관계의 부재는 곧 존재의 부재다. 아기는 고심끝에 결론을 내린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는 신이로구나. 지고의 숭배 대상이자 유일한 신인 아기가 하는 일은 먹고 싸고 먹고 싸는 일이다. 먹기만 하면 싸는 걸 보니 입에서 똥구멍까지 수직의 튜브로 연결되어 있는게 분명하다. 아기는 고심끝에 신의 본질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신은 튜브다.   두 살이 넘어갈 즈음, 분노한 아버지가 독생자를 내려 주듯 아기는..

좋아하는 소설 2024.11.30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으로'

멜크 수도원 아드소 신부의 회고록멜크 수도원, 멜크 시를 굽어보는 절벽 위에 장엄하게 자리 잡은 채 로마 가톨릭의 이념적 근거지로 1000년 가까이 버텨온 수도원이 있는 곳, 그 위세가 먼발치에서도 분명하게 보였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에 나오는 그 곳이다.바벤베르크 왕가(1076~1106년)가 1106년께 피폐해진 로마 가톨릭을 일신하게 되는 베네딕트 수도회에 왕궁을 기증한 이후 조성된 험준한 산 위의 요새형 멜크 수도원은 지금처럼 세속 권력조차 감히 넘볼 수 없는 규모에다 수많은 회화와 조각 작품들로 바로크식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데, 이는 에코의 소설의 배경, 즉 14세기와는 다소 무관하다. 다만 9만여 권의 진귀한 장서는 에코의 장미의 이름> 주인공인 아드소 신부의 다음과 같은 회고..

좋아하는 소설 2024.11.15

욘 포세 '샤이닝'

늦가을 어느 날. 주인공은 차를 몰고 특별한 목적지 없이 길을 나섰다. 직진과 좌. 우회전을 거듭하더니 이내 어느 숲속 좁은 길에 들어서고 차 돌릴 수  없는 길에서 오로지 앞으로만 나가다 질퍽해진 진흙탕에 차가 빠지게 된다.  꼼짝없이 차에 갇히게 된 주인공. 그 안에서 히터를 켜고 몸을 녹이던 중  주인공은 뭔지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혀 해가 지기 전에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내 해가 지고 눈이 내리며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차가운 숲속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주인공이 내린 숲속에서 조난당한 채  의식을 잃어가는 중에 떠오른 생각처럼 초현실적인 내용으로 전개된다.  그에게 차례대로 나타나는 것이 있었으니 밝게 빛나는 빛의 존재,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마지..

좋아하는 소설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