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마르셀 에메 '벽을 통과하는 남자'

clint 2025. 1. 26. 14:01

 

 

파리 몽마르트르 오르샹가 75번지 2호의 4층에
매우 선량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뒤티유욀이라 불리던 그 남자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마치 열린 문으로 드나들 듯이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않고
벽을 뚫고 나가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이다.

 

 

이 기이한 능력을 꺼림칙하게 여긴 그는 
동네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고, 의사는 그에게 체력방전을 준다. 

처방한 알약을 1년에 2알씩 먹으라고 한다. 

뒤티유욀은 처음 한 알을 먹고 나머지는 서랍에 넣어둔 채 까맣게 잊고 산다.
공무원의 특성상 체력을 과도하게 소모할 일도 별로 없고,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이상한 능력을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싶거나 

그걸 이용해 어떤 욕망을 달성하고픈 마음도 없어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능력이 자신에게 있는지도 모르며 살아간다. 

새로운 상관 레퀴예라는 사람이 부임한다. 깐깐한 이 신임 과장은 뒤티유욀의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괴로워하던 그는 그 능력을 이용해 갑질 상사를 

골탕먹이면서 드디어 자신의 신통방통한 능력에 대한 자각을 하고 

'가루가루'란 이름의 도둑으로 변신하여 

어떤 감옥도 그를 잡아둘 수 없는 신출귀몰한 행동을 한다. 
그는 르픽 거리를 걷다가 어떤 금발의 미인을 만나고 나서 

그만 그 여인 에게 연정을 느끼게 된다. 그 아름다운 여인은 난폭하고 질투심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 불행한 처지였고, 그는 벽과 장애물들을 통과하여 

그 여인이 갇혀 있는 방으 로 들어간다. 여인은 너무 놀라서 넋을 잃은 채 그를 맞았다. 

그들은 한시가 넘도록 사랑을 나누었다. 

어느 날 두통이 생겨 아스피린인줄 알고 먹은 약에 의해 신통력이 사라져 

아름다운 여인과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나오던 

그는 담벽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파리 마르셀 에메 광장에 있는 뒤티유엘 조각상




이 조각상은 프랑스의 '국민 작가'라는 불리는 소설가 

마르셀 에메(Marcel Ayme, 1902~1967)의 소설 주인공을 기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