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발렌타인은 금고전문털이 도둑놈이었다.
감옥에 갇혀서 열심히 구두를 수선하다가 4년의 형기 중 열 달 가까운 날
풀려나게 된다. 모범수로 인정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변화되었던 것일까?
그가 친구에게 맡겨둔 금고털이도구들을 챙겨서 사라진 뒤 일주일 쯤
이곳저곳 은행들에서 금고가 털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수법이 여지없이 발렌타인의 것으로 드러난다.
여기서의 전담형사는 벤 프라이스라고 한다.
어느 날 오후, 조그만 마을에 지미 발렌타인이 나타난다.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멋쟁이 신사 차림이다.
은행에 들리지만 이번에는 금고를 털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는 구둣가게를 오픈한다.
구둣가게는 번창하고 그는 온 마을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되고
그 마을의 은행장의 딸과 약혼도 하게 된다.
이 시골마을에 형사 벤 프라이스가 아무도 모르게 숨어든다.
결혼식을 며칠 앞둔 발렌타인은 그의 전문털이 연장들을 처분키로 맘먹는다.
(소설 속에서는 그 계기가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
약혼녀의 아버지 은행장은 그 금고를 자랑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자랑한 뒤 어른들끼리 한담을 나누는 사이에 그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같이 온 아이들이 신나게 놀다가 그만 한 아이를 금고 속에 넣고는 잠겨버렸는데,
열 길이 없게 된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랄프 디 스펜서, 곧 지미 발렌타인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날 판이었다.
그것을 주욱 지켜보고 있던 형사 벤 프라이스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난 것 때문에
자포자기하고 잡힐 준비를 하고 있는 발렌타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뭔가 오해하셨군요. 스펜서씨, 전 선생을 모릅니다."
뚜벅뚜벅 사라지는 벤 프라이스. 여운을 남긴 채 소설은 끝난다.
발렌타인의 회심은, 물질적인 안정 때문에 오는 변화 같다. 문제가 있는 회심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 잎새'처럼 우리에게 희망을 던져준다.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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