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내 집의 거실에서 죽는다면? 당연히 의사나 경찰을 불러야겠지만 일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시신을 부축해 택시를 불러 타고 응급실로 직행하는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면 사망한 이가 택시를 타고 오는 도중에 죽은 것으로 처리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경찰도 택시도 부르지 않았다.
죽은 이의 신원을 훔쳐 새로운 삶으로 뛰어들고 말았던 것이다.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새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밥티스트는 낯선 사람이 찾아와 자기 집 거실에서 느닷없이 죽자 그의 신원을 훔친다.
죽은 올라프 질더는 베르사유에 살며 재규어를 몰던 부자였다.
그는 올라프 질더가 되어 그의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고급 샴페인을 마시는 호화로운 삶을 살게 된다.
두 주인공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결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탐정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소설의 결말은 해결되는 것이 많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다.
'왕자의 특권'은 절대적인 권력을 의미한다.
집과 은행 사이에 지하 터널을 뚫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꺼내올 수 있는 특권,
돈으로 현대 미술의 가치를 쥐락펴락하는 특권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최근 세계적인 은행들의 행태에서 보듯이 공적 자금이 파산해도
개인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특권을 꼬집고 있다.
사기꾼 밥티스트는 "지그리드와 나는 지구상에서 제일 가는 강대국들의 경제 논리를
개인 차원에서 재현해 보이고 있었다.우리가 공식적으로 진 빚은 알 바 아니었다.
우리는 왕자의 특권, 면책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고 말한다.
2008년 발표작 『왕자의 특권』은 초창기의 작품들보다는 훨씬 가볍고 세련된 느낌이다.
소설 속 샴페인처럼 톡 쏘는, 특히나 여주인공이 즐겨 마시는 뵈브 클리코처럼 드라이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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