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전 구도심에 있는 ‘돈키호테 비디오’는 몇몇 동네 중학생들의 아지트다.
스스로를 한국의 돈키호테라 부르는 가게 주인 ‘돈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너그럽다.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떡볶이도 먹고 가끔은 과외도 해주는
아저씨가 있는 이곳을 외롭고 심심한 청소년들은 놀이방이자 공부방처럼 드나든다.
그들이 이곳에서 배운 건 오직 하나. 꿈을 가지고 나아가라는 것.
마치 돈키호테가 세상에 정의를 세우겠다는 꿈 하나로 모험을 떠나듯,
돈 아저씨는 그들이 꿈을 얻고 키워 세상에 나가기를 응원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늦가을, 외주 프로덕션 6년 차 피디 솔은
자신이 기획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고 좌절한 채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마냥 백수로 지낼 수는 없기에 진지하게 인생 2막을
고민하던 솔은 방송 피디 경력을 살려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솔은 ‘노잼 도시’ 대전을 소재로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이제는 카페로 바뀐
옛날 비디오 가게 자리에서 우연히 한빈을 만난다. 한빈은 돈 아저씨의 아들.
예나 지금이나 깐족깐족하고 껄렁껄렁한 한빈은 비디오 가게는 사라졌지만
아저씨가 거처하던 지하 공간은 그대로라는 놀라운 소식을 알려준다.
한빈과 함께 지하실을 찾은 솔. 그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골동품과 같은
돈키호테 비디오 시절의 소품들에 옛 추억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그곳의 주인이자 자신을 ‘산초’라 부르며 늘 응원해주었던 돈 아저씨의 모습도.
한빈은 3년 전 종적을 감춘 아빠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며 솔에게 도움을 청하고,
솔 역시 아저씨의 현재가 궁금해진다. 돌이켜보니 자신이 방송 피디 일을 하게 된
것도 모두 돈 아저씨와 돈키호테 비디오의 영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솔은 이 지하공간을 유튜브 스튜디오 삼아 그 시절 봤던 책과 영화를 소개하고,
한빈과 함께 돈 아저씨를 찾는 방송을 하기로 결심한다.
채널명은 ‘돈키호테 비디오’. 주인장인 자신은 ‘찐산초’라 명명한다.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지인들을 찾아야 한다.
과거 돈 아저씨가 ‘라만차 클럽 아미고’라 불렀던 비디오 가게 단골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솔과 한빈은 엄청난 성격 차이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돈 아저씨를 찾는 행진을 계속한다. 대전에서 서울로, 통영으로, 부산으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과연 그들은 돈 아저씨를 만날 수 있을까?
돈키호테 비디오의 친구들과 재회할 수 있을까?
유튜버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솔은 구독자인 ‘아미고’들에게 그 시절 돈 아저씨와
라만차 클럽 친구들이 함께 본 영화와 책을 리뷰하고, 아저씨가 남긴
마흔 권이 넘는 『돈키호테』 필사 노트에서 소설 속 명장면을 엄선해 낭독하는 한편,
아저씨를 찾는 공개방송인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본격 진행한다.
비디오 가게 시절 돈 아저씨는 한국 영화에 애정이 남달랐고, 온갖 영화를 섭렵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언젠가 자신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날을 꿈꾸며
가게를 접은 후에도 지하에 칩거해 글을 썼다는 아저씨는 왜 3년 전 갑자기 종적을
감춘 것일까? 솔은 한빈과 함께 돈 아저씨의 행적을 증언해줄 지인들을 수소문하고,
그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채널에 업로드한다. 돈 아저씨의 대학 시절 룸메이트이자
절친이었던 동창, 강남 학원강사 시절의 동료, 마포의 출판사에서 함께 일했던
편집자, 돈 아저씨에게 떡볶이 비법을 전수받은 라만차 클럽 친구 대준,
아저씨와 시나리오 계약을 한 영화사 대표, 영화사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시나리오 개발을 함께한 피디를 차례로 만나며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로
돈키호테 장영수의 삶의 연대기를 그려간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솔은 알게 된다. 돈 아저씨가 세상의 불의에 맞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를. 영화감독이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모욕을
견디고 또 방황했는지를. 아저씨는 말로만 돈키호테였던 게 아니라
삶 자체로 돈키호테였다.
‘돈키호테를 찾아서’ 시리즈는 구독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채널의
대표 콘텐츠로 인기를 얻는다. 이제 아미고들도 이 모험에 동행하며
솔과 아저씨가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솔은 마침내 돈 아저씨를 찾을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것은 모험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돈키호테를 쫓는 돈 아저씨와 아저씨를 쫓는 찐산초 솔.
15년의 시간을 오가며 둘 사이에 벌어지는 꼬리를 무는 숨바꼭질과 우정,
돈키호테와 산초와 세르반테스가 뒤엉키고 넘실거리는 모험과 성장 서사는,
웃음을 머금게도 눈물이 맺히게도 하면서 독자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다.
라만차 클럽과 돈 아저씨의 우정,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와 아미고스의 우정 또한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처럼 마음에 새겨진다.
감사의 글 - 김호연
모험과도 같은 이 작품의 집필을 지원해준 토지문화재단과 스페인 문화활동국립협회 (AC/E), 작업실을 제공해준 마드리드의 Residencia de Estudiantes.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준 나무옆의자 이수철 대표님과 임직원 여러분, 원고를 검토하고 편집에 힘써준 하지순 주간님과 구경미 편집자님, 근사한 표지 일러스트를 그려준 토티 작가님. 작품활동을 총체적으로 지원해주는 워터폴스토리 김주미 대표님,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이버드라와 그의 『돈키호테」, 그리고 늘 제 이야기를 기꺼이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계속 쓰겠습니다. - 2024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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