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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황혼의 시'

한 남자가 노인을 이끌고 아파트로 들어선다. 노인의 이름은 이배만, 그는 자신의 몸보다 조금 커 보이는 재킷을 입고 있다. 오래 전엔 그 옷이 몸에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바지 또한 마찬가지. 무릎이 나와 있다. 모자를 쓰고 있는데 거기엔 전쟁의 경험을 애써 내세우듯 여러 표식들이 달려있다. 가로질러 멘 가방에도. 그리고 태극 문양 타이 슬링. 그러나 이배만이 군인으로 참전했는지는 분명치않다. 남자의 이름은 박용식. 그가 노인을 이끌고 온 이유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그가 노인에 게 보이는 친절은 진실해 보인다. 고급스러운 정장 보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커프스버튼. 그는 사업가임이 틀림없다. 노인은 낡은 소파만 놓인 거실에서 홀로 하룻밤을 보내고 떠나려 한다. 그러나 남자는 그를 보내려 하지 않는다. 연..

한국희곡 2023.09.28

아다모프 '침입'

'침입'은 의사소통의 부재가 치열하게 드러난 부조리 작품이다. 작가는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주제양상을 이 작품을 통해 그려낸다. 작품은 가족 간, 친구 간에도 서로 연대감을 느낄 수도 상대방의 고뇌와 불안을 이해할 수도 허전함과 공허를 채워줄 수도 없는 고독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로간의 대립과 분열만이 있을 뿐, 화해와 다정함이 없이 참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피로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간, 친구 간, 모자간, 고부간의 모두가 보이지 않는 대치와 반목의 관계를 서로 소진시키고 마모시킨다. 주인공 피에로는 '장'(아네스의 오빠)의 원고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죽은 '장'과 소통할 수 없고, 작업 동료인 트라델과는 추구하는 바가 서로 틀려 서로 대화가 어긋나고 아내인 아네스와는 ..

외국희곡 202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