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7 3

알퐁스 도데 '별'

지금은 노인이지만 젊은 시절 뤼브롱산에서 양치기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목동은 직업 특성상 사람과 거의 접촉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2주 단위로 마을 소식과 먹거리 등을 짊어지고 올라오는 노라드 아주머니나 농장에서 일하는 꼬마 아이 미아로가 유일한 말동무로, 이들이 올 때가 아니면 양들을 돌보고 밤에 별을 헤아리곤 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다. 그는 이들이 찾아올 때마다 누가 세례를 받았고 누가 결혼을 했는지 등의 마을 소식을 물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알고 싶어한 건 근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인 주인집 따님 스떼 화네뜨 아가씨의 근황. 그는 관심 있는 티는 내지 않으면서도 아가씨가 파티에 자주 참석하고 저녁 만찬에 초대를 받거나 나들이를 하러 외출하곤 하는지, 지금도 멋진 청년들이 아가씨의 환심..

외국희곡 2023.09.07

나상만 '혼자 뜨는 달'

대학 신입생 나선랑은 꿈의 실현과 사랑의 성취를 인생의 목표로 생각한다. 상경하여 사촌 누나와 같이 살던 선랑은 누나의 친구 현주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누나의 벽은 높고 현주는 그를 동생으로만 대한다.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여인 선이를 만나는 선랑, 그러나 얕은 사랑에 대한 회의로 현주의 존재가 더욱 그립기만 하다. 현주도 차츰 순수한 선랑에게 마음을 빼앗겨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소극적인 성격의 현주는 부모의 강요로 약혼하고 선랑 때문에 약혼을 파기하지만 약혼자의 음모로 순결을 빼앗긴다. 그녀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회복되어 선랑을 만나는 현주, 그러나 선랑의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 그녀는 선랑의 곁을 떠난다. 작가의 글 〈혼자 뜨는 달〉은 ..

한국희곡 2023.09.07

최인석 '화적 임꺽정'

1980년대 중반부터 동아일보사에서 벌이고 있는 창극운동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 것인데 소재선택에 있어서 윤봉길 의사나 임꺽정전을 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윤봉길 의사 같은 소재는 일제시대에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소재였고 임꺽정 역시 아직 창극으로 상연된 바 없는 신소재이다. 묵은 이야기이면서 어느 시대에나 재미있게 수용될 수 있는 임꺽정의 이야기는 명종실록에도 나오는 실제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정치가 혼란하고 관리들의 부패로 민심이 흉흉하던 명종조에 경기도 양주 백정 출신으로 태어나서 많은 동지를 규합하여 의적 행세를 했던 인물이다. 주로 관가의 창고나 부정한 관리의 재물을 빼앗아다가 빈민에게 나누어 주고 원성이 높은 관리들을 혼내 주는 등 억압받는 백성들이 호응할 ..

한국희곡 202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