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3 3

박한열 'EXIT : 출구는 저쪽입니다. 뛰세요!'

난 항상 평범한 학생이었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했다. 적당한 성적과 적당한 학벌 그리고 적당한 직업을 가지기 위해, 낙오되지 않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했다. 노력치 않는 적당한 미래를 꿈꾸며, 숨 막히는 입시경쟁을 뚫고 입학한 대학은 고등학교와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더 고통스러웠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모여서 그 안에서 또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입시와 학점경쟁을 지나 졸업하고도 취업을 위해 또 다시 그 지난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팽팽했던 내 인생이 팽그르르 꼬였다. 그래서 나는 생애 처음 커닝을 했다. 그리고 들켰다. 빌어먹을 내 인생…. 이렇게 나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그후 징계위원회가 소집되고, 컨닝에..

한국희곡 2023.09.03

이청준 원작 남정희 각색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이청준 작가의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새빛 맹인선교회 안요한 목사다. 지난 1981년 출간된 는 2000년 이미 1백 쇄를 돌파하는 등 기독교 문학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며,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당시 대종상 4개 부문과 백상예술대상 3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이 작품은 기독교적 메시지가 너무 강하고, 실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까닭에 평론가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작품은 사실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인간의 치열한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과, 또한 작가도 이 작품이 소설적 허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의 진실성으로 이 작품을 보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위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

한국희곡 2023.09.03

레오너드 멀피 '밤'

1968년 11월 28일 헨리 밀러 극장에서 브로드웨이의 서클 인 더 스퀘어 극장에서 초연된 레오너드 멀피의 이 작품은 이상한, 정말 이상한 밤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참석자는 그의 아내, 정부, 남자친구, 그리고 아마도 친구인 것으로 보인다. 콕 써튼(Cock Certain)라는 이름의 "코믹한 작은 놈"인 고인은 분명히 밤 장례식을 원했다. 그리고 여기에 모인 그 조문객들은 고인을 위로하고, 예전의 재밌던 얘기도 하며 서로서로의 얘기를 듣고 조롱하기도 하며 - 이들의 고인에 대한 기억은 성적 경험을 토대로한 재밌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 아쉬움을 달래며 고인을 묻지 말고 그냥 집에 미라처럼 보관하자는 말도 한다. 그리고 끝날 즈음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등장하며 극..

외국희곡 2023.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