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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선 '하나님은 릴리스를 살해했다'

하나님이 릴리스를 아담과 같이 진흙을 빚어 만든다. 하나님과 비슷한 모습의 인간을 만든 것이고 그런 아담을 위해 여자인 릴리스를 같이 만든 것이다. 그러나 릴리스는 여자를 복종하는 성 노리개 쯤으로 생각하는 아담을 경멸하고 에덴을 맴돌며 떠나려하는 뱀을 더 좋아하게 되고 그 뱀을 위해 쇠 그물을 벗겨주려 하나님의 열쇠를 훔친다. 그러나 아담의 고발로 릴리스는 잡혀 화형을 당하게 되고 아담은 다시 여자를 하나님에게 요청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하나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브는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먹게 되어 에덴동산에서 추방된다. 창세기 1장 27절에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여자는 바로 릴리스일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릴리스란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

한국희곡 2015.10.27

차근호 '천국에서의 5월'

199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심사평 올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는 응모작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아직 희곡장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방증이라 여겨져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양에 비해 질적인 수확은 예년수준을 맴돌고 있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여전히 개인 신변의 넋두리나 어디서 본 듯한 신춘문예용 모작, 혹은 고민 없는 치기의 과시에 머무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마지막까지 관심을 끌었던 몇 편의 작품 중 결국 차성우의 '천국에서의 5월'을 당선작으로 꼽기로 합의를 봤다. 천국답지 않은 천국이란 어쩌면 이미 진부한 착상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천국을 종교적 대안마저 결핍된 또 하나의 현실로 파악한 논리가 참신했으며 그 논리에 일상성과 적절한 지적 유머를 통해 자연스레 희곡적 살을 입혀간 침..

한국희곡 2015.10.27

해롤드 핀터 '밤 나들이'

라디오 드라마로 쓰여진 '밤나들이'(A Night Out)는 I960년 3월 BBC의 제3프로그램에서 방송되었고 핀터 자신이 실리 역을, 아내인 비비안 마얀트가 여자 역을 맡았다. 곧이어 같은 해 4월에 텔레비전 극으로 방영되었을 때에도 이 두 사람은 같은 역을 맡았다. 그 후 출판된 것이 바로 이때 사용한 텔레비전 극의 대본이다. 핀터의 초기 작품들은 대체로 한 방 안에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는 데, '밤나들이'는 이런 형식에서 탈피하여 외부 세계로 진출한 최초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이 애초에 라디오 극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더 자유자재로 외부세계로의 진출이 용이했을 지도 모른다. 과거의 작품들이 우화적이거나, 은유적인 스타일로 쓰여졌고 애매모호한 내용, 신비로운 분위기, 공포와 위협감..

외국희곡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