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원선 '하나님은 릴리스를 살해했다'

clint 2015. 10. 27. 22:15

 

 

 

 

 

하나님이 릴리스를 아담과 같이 진흙을 빚어 만든다. 하나님과 비슷한 모습의 인간을 만든 것이고 그런 아담을 위해 여자인 릴리스를 같이 만든 것이다. 그러나 릴리스는 여자를 복종하는 성 노리개 쯤으로 생각하는 아담을 경멸하고 에덴을 맴돌며 떠나려하는 뱀을 더 좋아하게 되고 그 뱀을 위해 쇠 그물을 벗겨주려 하나님의 열쇠를 훔친다. 그러나 아담의 고발로 릴리스는 잡혀 화형을 당하게 되고 아담은 다시 여자를 하나님에게 요청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하나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브는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먹게 되어 에덴동산에서 추방된다.
창세기 1장 27절에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여자는 바로 릴리스일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릴리스란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유태인들의 율법서인 탈무드(Talmud)에는 등장하고, 성경에는(이사야 34장 14절) 한 번 언급된다. 유태인들의 전설에 따르면 하나님은 같은 흙으로 아담과 릴리스를 만든다. 아담에게 복종하도록(아담의 밑에 깔리도록) 하나님이 릴리스에게 지시하자 이 여인은 아담과의 동등권을 주장하며 이를 거부한다. 릴리스가 말을 듣지 않자 하나님은 릴리스를 불임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이를 키울 젓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막으로 도망친 릴리스는 그곳에서 천사 사마엘(Samael. 악마의 일종)하고 교류하며 많은 아이(새끼)를 낳는다. 좌우간 릴리스는 금지한 선악과를 먹지 않았기에 죽지는 않는다.
이브는 창세기 2장 23절에 비로소 나타난다. 릴리스가 낙원에서 도망쳐 버리고 아담이 외로워하자 하나님은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든 것이다. 이로서 남성(아담)과 여성(이브)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다. 좀 더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세 나라 말로 인용하며 비교해 보았다.
창세기 1장 27절 :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창세기 2장 23절 :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
성경마다 번역이 조금씩 다르다. 루터의 번역에서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드디어’, 혹은 ‘이번에는’란 단어가 생략되어 있어 이 부분의 뜻이 분명치 않게 되어버렸다.
전설에 따르면 릴리스는 이브에게 굉장히 질투심을 느꼈고 그 질투의 독성을 가지고 인간이나 짐승을 죽였다 한다. 릴리스는 이브와 아담을 갈라놓으려는 목적으로 뱀으로 변신하고 이브에게 접근한다. 결국 이브에게 설득당한 아담은 선악과를 먹게 된다. 아담은 첫 번째 부인 릴리스와는 달리 낙원을 떠날 때까지 이브와 행복하게 지낸다. 유대인들의 전설을 모아 놓은 Sohar 전집에는 릴리스가 아담 곁에 있는 아름다운 이브를 보고 도망쳤다가 두 인간이 낙원에서 쫓겨나자 그 이후에는 밤에 아담을 차지했다고 전한다.
릴리스는 여성운동(feminism)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브가 부권사회의 전통에 부합되는 여인상이라면 릴리스는 모권사회의 전통에 부합된다. 릴리스는 여성에 군림하려는 남성에 맞서는 자립적인 모습을 지녔다. 이브에게 모성, 겸손, 복종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면 릴리스에게는 육감, 열정, 정열, 섹스 등의 수식어가 어울린다.

 


신원선
1994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바 있는 신원선의 첫번째 희곡 모음집.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작가는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에서 희곡을 전공 중이다.
수록작품: 「희곡은 잘팔리면 안되나요」, 「쌍화점」, 「하나님은 릴리스를 살해했다」, 「너희들의 나라」, 「오기니가 다리시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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