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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민주 '그 자식 사랑했네'

"근육이 살짝 잡히고 핏줄이 살짝 튀어나온 그의 팔을 보면 참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습학원 국어선생 미영은 출근 첫날 영어선생 정태의 팔뚝에 반해버린다. 첫날 가볍게 마신 맥주 한 잔으로 취기가 오른 이들은 키스를 나누고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사내 연애가 금지된 학원에서 아이들과 원장 눈을 피해 나누는 사랑은 스릴이 넘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남자, 뭔가 수상하다. 누군지 모르는 다른 여자 전화를 몰래 받곤 한다. 돌아가신 엄마 이야기부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까지 모든 걸 들려주면서도 정작 오래된 여자친구 이야기는 숨겨온 것이다. 미영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하기가 어려운 이 남자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다툼은 점점 잦아진다. 참으로 솔직담백한 20대 남녀의..

한국희곡 13:22:16

김정옥 '화수목 나루 '

1막오랜 대립관계에 있던 두 나라. 전쟁과 평화의 역사가 되풀이되어 오다가 결국 한 나라가 승리하고 한 나라는 패망한다. 그 두 나라는 신라와 백제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먼 옛날 한반도에 있었던 두 나라일 수도 있다. 그만큼 역사적 사실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로이 구성된 우화나 전설 같은 얘기를 배경으로 해서 연극은 진행된다. 망한 나라의 왕은 전사하고 왕비는 자결했다. 왕자는 재기의 꿈을 안고 이웃나라, 섬나라로 떠나려한다. 그러나 공주는 나라를 떠나지 않고 싸움에 죽은 부왕과 왕비, 신하들, 백성들, 그리고 패망한 나라를 위해 그 한을 풀어주는 진혼의 굿판을 꾸미려한다. 고국 땅에 남아도 죽음이요, 떠나도 죽음이니 남아서 진혼의 의식을 지키고 고국 땅에 묻히겠다는 것이다. 왕자와 측근의 ..

한국희곡 07:29:03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날 폭풍우가 몰아친다. 가족들은 장대비를 맞으면서 관을 만들고 염을 하고 입관한다. 어머니는 40Km 떨어진 친정 묘에 자신을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온 가족들은 관을 메고 장지로 떠난다. 비는 여전히 무섭게 내리고 장지로 가기 위해 꼭 건너야 할 다리가 폭우로 떠내려간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도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말리는 것을 무릅쓰고 가족들은 강을 건너기 위해 시도한다. 관을 수레에 꽁꽁 묶고 관에 자신들의 몸을 꽁꽁 묶고 강물로 들어서는 순간 강물은 수레를 삼키고 어머니의 관을 삼킨다. 그러나 관에 자신들을 꽁꽁 묶은 덕분에 모친 관은 건질 수 있었다. 이제 다시 관을 싣고 갈 수레가 필요하다. 가족들은 수레를 구하려고 가졌던 모..

외국희곡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