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8세의 나이에 고아가 된 유리 지바고는
그로메코 가에 입양되어 성장하고, 의사가 된 그는 그로메코 가의 딸 토냐와
결혼을 약속한다.
반면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라라는 러시아 고위법관인
코마로브스키와 원치 않는 관계를 지속하지만, 이에 환멸을 느끼고
새해 전날 밤 무도회장에서 코마로프스키에게 총을 겨눈다.
여기서 라라를 마주친 지바고는 그녀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 없지만,
사라져버린 그녀를 뒤로한 채 토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2년 후, 라라는 혁명가인 연인 안티포프와 결혼을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자 상처받은 그는 군에 입대한다.
1914년 1차대전이 일어나고 군의관으로 참전한 유리는 남편을 찾아
종군간호부가 된 라라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전쟁이 끝나고 지바고는 모스크바로, 라라는 고향 유리아틴으로 떠난다.
전쟁 후 혁명정부가 수립된 러시아에서 더 이상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바고와 가족은 토냐의 고향인 유리아틴으로 떠난다.
라라가 그 곳에 있는 것을 알지만 선뜻 다가갈 수 없던 두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토냐와 라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던 지바고는 라라와의 관계를 알게 된
라라의 남편이자 빨치산 간부인 안티포프의 지시로 빨치산 캠프로 끌려가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곳에서 얼마 동안 있다 자신의 끔찍한 모습을 깨달은 지바고는 그곳을
벗어나는데 성공하고 쓰러진 그를 라라가 발견한다.
붉은 군대가 통제하는 유리아틴, 이미 지바고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그의 가족은 러시아를 떠났다. 프랑스 파리로.
이제 단 둘뿐인 유리와 라라,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지바고는 라라를 위하여 그녀를 곁에서 떠나보낸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모스크바. 버스 창문을 통해 라라를 보는 지바고,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라라. 그렇게 끝난다.
모스크바 국립 원형극장 초청으로 1993년 12월 닥터 지바고를 공연한 내용이다. 개혁 개방으로 구체제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로 탈바꿈한 뒤 문화예술부문의 상호 교류로 초청공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채로운 것은 국내에서도 극단 부활에서도 이재현 각색, 연출로 <닥터 지바고>를 한국 초연공연한 것으로 러시아 초청공연 1달 전이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원작 엘란스카야 에카테리나 연출로 공연된 이 작품은 방대한 원작을 유리 지바고를 해설과 연기를 겸한 각색으로 원작의 대부분을 압축해 무대에 올렸으며, 시를 잘 쓰는 지바고의 모습으로 원작 소설에서의 시가 그대로 그 상황에 맞게 표현되는 것이 이채롭다.
원작 소설 <닥터 지바고>는 1917년 공산주의 혁명 와중에서 죽어가는 러시아 인텔리의 비극적인 운명과 몰락해가는 지성의 내면과 현상을 적라나하게 추구하는 소설로서,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서사시적인 전개, 극히 세련된 문체와 상징적이며 철학적인 내용과 대화, 미묘한 심리묘사, 심오한 사색, 그것이 서로 한데 어우러져 오케스트라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을 러시아 19세기 세계문학의 고전들과 비견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시인이며 의사인 지바고는 1905년 혁명의 전야로 부터 1929년 모스크바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쓸어질 때까지의 그의 사랑, 이어지는 사건들- 전쟁과 혁명, 기아와 탄압, 격동하는 세대를 살아가는 러시아 인텔리가 겪어야 했던 고난과 비극의 생생한 기록인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평범한 리얼리즘에 의한 소설이 아니라 시인에 의한 시소설이며, 애정소설의 형식을 빌러서 쓴 작품이다. 혁명과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 지바고와 라라의 끝없이 아름답고 시정에 넘치는 비련의 일대 로망인 동시에, 이러한 감동적인 서정에 현실감을 더하는 일시적· 시사적인 사실이 얽혀 리얼하게 재현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그 전개되는 소설의 줄거리에는 파스테르나크의 독특한 상징성이 그 심층에 깔려 있다. 이러한 상징성은 그의 시에서 뿐만 아니라 소설의 곳곳에서, 심지어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명이나 장소에 이르기까지, 그는 인물의 개성과 사건의 연관이나 암시를 제공하여 작품의 무게와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면서 무대에 등장하고 있는 여러 인물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실제의 인물로 살아 움직이며, 제각기 자기의 영역에서 역할을 다하며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군상들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인물들이 러시아가 처한 전쟁과 내란, 혁명의 가공한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비인간성 앞에서 허물어지고 짓밟히는 과정과 현상이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어 간다. 동영 영화에서 본 얼어붙은 시베리아 설원에 뜨겁게 타오른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 시정에 넘치는 자연, 그속에서 생명력과 소생력을 느끼며 오늘 새로운 역사속으로 움직이는 러시아 예명기에 위대한 파스테르나크 문학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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