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나쁜 짓을 한 벌로 오백년동안 바위 속에 갇혀 있던
제천 대성 손오공은 불경을 구하러 천축국으로 가던 삼장법사를 만나
간신히 구출된다. 갖가지 무술과 변장술을 가진 손오공의 재주에
감탄한 삼장법사는 손오공을 데리고 함께 길을 떠난다.
가는 도중에 영원히 죽지 않는 삼장법사의 옷을 뺏으려는 흑대왕이
나타나자 손오공이 신비한 여의봉으로 간단히 쳐부순다.
다시 길을 떠난 손오공과 삼징법사는 어느 중년부인의 딸을 색시로 삼으려는
괴물 저팔계를 혼내주고 제자로 삼은 뒤에 신비감이 감도는 검은 색의
강가에 이른다. 저팔계의 낚시줄에 끌려나와 격투를 벌인 사오정은
역시 관음보살의 명으로 삼장법사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잘못을 뉘우치고
그들의 일행에 동참하여 삼장법사를 호위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사막에 이른 네사람은 몹시 허기져있던 차에 바나나를 먹으며
지나가는 칠선공주를 만난다. 그러나 사실은 칠선공주도 삼장법사의 옷을
뺏으려는 음모를 꾸민 요괴였으므로 저팔계에게 바나나 대신 뱀을 준다.
이에 분개한 손오공이 칠선공주로 변장하고 다시 나타난 노파를 때리자
삼장법사는 손오공의 죄를 용서하지 못하고 내쫓는다.
손오공을 없애는데 성공한 칠선공주와 팔선공주는 부채로 요술을 부리지만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본 손오공이 여의봉으로 모두를 쳐부수고
네 사람은 다시 의기투합하여 힘차게 천축국을 향해 길을 떠난다.
손오공은 실존인물이었던 당나라 고승 삼장법사가 쓴 <대당서역기>라는 책에 실린 이야기이다. 그 책을 천년 뒤인 16세기에 명나라의 작가인 오승은이 각색해서 다시 쓴 것이 <서유기>인데 손오공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은 <서유기>에서 비롯된다. 당나라 태종황제의 명으로 불경을 구하기 위해 '천축국'으로 가던 삼장법사가 온갖 고생 끝에 불경을 구해온다는 이야기로 삼장법사를 모시고 가게 된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의 모험과 우정이 환상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펼쳐진다. 함부로 존엄한 생명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교훈과 어렵고도 험한 모험길을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용기를 어린이들에게 심어줄 수준 높은 연극을 위해 작가 조동희씨가 오랫동안의 고심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모든 등장인물을 상징화시켜서 좀더 압축된 이미지를 전하도록 했으며 종래의 연극에서 보여주었던 지극히 상식적이고 틀에 박힌 의상에서 탈피하여 좀더 입체적인 성격을 연출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무대의상을 창조했다. 남녀노소가 함께 보셔도 조금도 손색이 없도록 정성들여 선보인 작품이다. 극단 자유에서 아동극시리즈로서는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TV 어린이프로그램 뽀뽀뽀의 극본을 써온 조동희 작가의 각색본을 주요철 연출로 1987년 9월 공연되었다.
《서유기》와 더불어 중국 4대 기서로 불리는 작품인 《수호전》《삼국지연의》《금병매》처럼 《서유기》 역시 작품의 바탕이 되는 설화들과 극본, 전설 등은 꽤 있었는데, 오승은이 고생해서 이들을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엮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서유기의 이야기들은 송나라 시기에 체계화되고 원나라 시기를 거쳐 명나라 시절 오승은이 새롭게 취합하고 창작하여 정리한 것으로 오승은이 모든 이야기를 100% 창작한 것은 아니지만 오승은이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작자 임엔 틀림없다. 당나라 승려 현장(삼장)법사가 장안에서 10만 8천 리 떨어진 서역에 불경을 얻으러 가면서 81가지 고생을 겪는 수난기이다. 영화 장르로 분류한다면 로드 무비다. 소설 장르로는 고전소설이자 동양풍 판타지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유기>는 현장이 인도까지 가는 과정을 풍부한 상상력과 대담한 묘사, 재치있는 문체로 풀어나갔다. 실제로 <서유기>에서 현장은 81가지의 고난을 겪는다. 이 에피소드는 화이쥐와 만담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불교의 우화, 도교의 전설 등에서 뽑아왔다. 그렇기에 판타지의 요소가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또한 현장을 무능하고 눈물 많은 삼장법사로 재탄생시킨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따라서 오늘날까지 여러 장르로 파생되고 각색된다. 영화에서 1990년대 저우싱츠(周星馳)가 주연한 <서유기: 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 최근 들어 <몽키킹> 시리즈가 대히트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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