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시대, 동방의 끝(불나국)에서는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른다. 변고다. 이에 사람들은
활을 쏘아 태양을 떨어뜨리기 위해 하늘에 오를 만큼 높은 탑을 쌓기 시작한다.
한편 거타지는 여우를 잡으면 동방의 왕 자리를 주겠다는 신들과의 약속으로
여우를 쫒지만 실패한다.신들은 그런 거타지에게 여우대신 투란도트의 갑옷을 벗기면
왕의 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는 승리를 확신하고 약속을 받아들인다.
불나국에 온 거타지는 승리를 자신하며 투란도트에게 구혼을 한다. 투란도트의 구혼조건은
전과는 달리 검술대결이 아닌 자신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 아무도 통과하지 못한 시험으로
또 다시 구혼자의 목을 베려는 투란도트의 속내를 모르는 거타지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그녀의 시험에 응한다. 거타지는 시험을 모두 다 통과한다. 당황한 투란도트는 거타지에게
검을 뽑아들며 검술로 승부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거타지는 칼을 거두고 이번에는
자기가 내는 시험을 통과하면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날 것을 약속한다.
거타지는 반드시 투란도트를 굴복시키겠다고 다짐하며 그녀에게 모두 3개의 질문을 한다.
거타지는 투란도트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그녀 안에 있는 분노와 고통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투란도트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거타지는 시험을 포기한다.
그의 진심을 읽은 대왕은 이 시험의 승자가 거타지임을 선포하고 국혼을 명령한다.
그러나 투란도트는 거타지의 승리에 승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파멸을 선택한다.
거타지는 투란도트가 독약으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며
자신의 사랑이 투란도트에게는 한낱 날카로운 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타지는 투란도트를 위하여 불나국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댕왕은 거타지를 잡기위해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게 된다.
그 비밀은 거타지와 투란도트를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게 하는데...
연극 '투란도트'는 바리공주 설화와 거타지 설화를 모티브로 해원상생(解寃相生-원을 풀고 서로를 이롭게 한다)의 동양적 메세지를 전달하고 분노와 복수라는 인간적 갈등구조로 확대시켜 용서와 화해를 통한 진정한 사랑을 구현한다. 두 개의 태양이 뜨는 나라 불나국을 배경으로 투란도트 공주, 거타지 왕자, 지수화풍의 4대신, 투란토드의 운명적 사랑을 상징하는 비익조(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하나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 못하는 새), 학자들 등이 등장한다. <투란도트>이야기가 천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뇌리에 여전히 남는 것은 '인간'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정통연극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오페라 <투란도트>의 명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럼에도 이 시대에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한국적 배경과 동양의 양식으로 표현하여 무대화한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근호 작가의 재창작을 통해 한국설화 '도솔가'의 두 개의 태양이 등장하는 모티브 활용과 天·地·人 3대신의 신화적 의미, 그리고 사랑의 진실을 한국적 배경과 동양적 연극양식의 조화속에 보여준 작품이다. 오페라와 같이 여러 볼거리가 많은데, 좌충우돌하는 여자 해적들과 꼭두각시적인 대신들의 장면들은 재밌게 표현된다. (주요철 연출)
카를로 고치가 쓴 설화 극인 "투란도트"가 원작이다. 투란도트는 중앙아시아 지역인 투란(Turan)과 딸을 의미하는 도트(dokht)를 합친 '투란의 딸'이란 뜻이다. 연극보다 더 유명한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3막 일부까지 작곡하고 미완성으로 죽자 그의 제자 알파노가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여 1926년 밀라노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1854~1924)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는 신비한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써내려간 사랑의 대서사시로 장엄하고 화려한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이국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 4대 명작이다. 중앙아시아의 전설에서 시작된 투란도트 이야기는 투란도트 공주가 자신에게 구혼하는 남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풀지 못할 경우 사형을 내린다는 내용으로 연인들의 맹목적인 사랑이 아닌 희생을 통한 숭고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이 연극에도 거의 유사한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낸다)
작가의 글- 차근호
이 작품의 집필 의도는 인류의 보편적 사랑 이야기를 한국적인 배경과 표현양식을 통해 우리의 투란도트를 이야기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외면적인 부분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용서와 화해를 통한 사랑의 완성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가치의 사랑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투란도트를 갖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신화와 설화에 바탕을 둔 신화적이며 몽환적인 극의 분위기는 서구의 연극과는 차별화 되는 판타스틱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독특한 색깔에 일조를 하게 될 것이다. 페르시아 전설에서 시작된 투란도트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정극으로서 새로운 극적 구성과 줄거리를 갖게 될 것이며, 이렇게 다듬어진 한국의 투란도트는 오페라 투란도트가 그러했듯이 시대와 지역의 벽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가장 소중하며 가장 궁극적인 삶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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