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Out of order이다. (통제불능 정도로 번역이 되겠다)
(부제: 룸 넘버 13, Whose wife is it anyway? 도대체 누구의 부인인가?)
여당 국회의원과 야당 총재비서가 '스캔들'이 났다?!
국회의원 리차드와 야당총재비서 제인이
막 일을 치르려는 순간 난데없이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무척 곤란한 상황...
이들은 모든 일을 리차드의 비서인 조지에게 떠넘기려 한다.
그러나 사태는 심각하게 점점 꼬여만 가는데...
설상가상! 리차드의 부인(파멜라)가 호텔에 등장하고,
제인의 다혈질 남편(로니)까지 등장하게 되는데!!
과연 리차드와 비서 조지는 이 사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한때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때의 그 사건과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미국의 전대미문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극 ‘룸넘버 13’의 스캔들 주인공은 여당 국회의원 리차드와 야당 총재 비서 제인이라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스캔들이라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사항은 세상 밖으로 커밍아웃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뜨거운 감자이다 못해 불타버려 재가 될지 모르는 사건. 이는 사람들의 관심에 힘입어 커다란 파장과 함께 폭발할 것이 뻔하다.
이놈의 ‘부적절한 관계’를 여당의 국회의원 리차드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태연한 그의 행동은 얄궂다 못해 능글맞다.
인간은 금지된 모든 것에 열광한다고 했던가. 스릴있는 모험의 두근거림은
격해진 감정의 이유를 헷갈리게 한다. 그것이 진짜 사랑인지, 불장난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그 위험한 불장난에 발을 들인 리차드와 제인은 호텔
룸넘버 13호에서 만난다. 왜 하필 재수 없게 불길한 숫자 13인가.
룸넘버와 같이 재수 없는 일들이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그들 앞으로 쓰러져 밀려온다.
섹스 스캔들을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미친개’라고 불리는 의원 리차드는
이 더러운 스캔들로 정치생명의 말로를 장식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유는 정체모를 시체(?)의 출연! 하필 제인과 뜨거운 밤을
보내려는 그때, 룸 베란다에서 창문에 끼어있는 시체를 발견하다니!
사건은 이제부터 소용돌이처럼 복잡하게, 회오리보다 빠르게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시체를 숨기기 위해 리차드는 전전긍긍한다.
시체가 들통 나면 여당과 야당의 섹스 스캔들은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그 끔찍한 꼴을 막기 위해 리차드는 목숨도 걸 기세다.
자신의 비서 조지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려 하는 그는 얄밉다 못해 어이가 없다.
서비스 하나 죽여주는 이 호텔은 지배인과 웨이터도 뻔질나게 룸에 드나든다.
서비스 따위 필요 없다. 불청객일 뿐이다.
극의 빠른 전개는 숨 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상황의 긴장감은 더욱더 부각된다.
암전은 없고 배우들은 룸 13호에 바쁘게 드나든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모면하려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다가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오해는 오해를 낳지만,
그 오해들이 꽤나 황당해서 관객들은 웃음을 멈출 수 없다.
죽어있던 그 정체불명의 시체(?)는 단지 기절을 했을 뿐이었다는
사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 시체는 리차드와 제인의 스캔들을 눈치 채고,
제인의 남편 로니가 보낸 탐정이었다. 그들을 염탐하다가 베란다 창문에 끼어
기절한 그 시체는, 아니 기절한 탐정은 깨어난다.
하지만 결정적 단서를 내뱉어야 할 그가 기억을 상실한다.
황당한 상황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로니는 제인의 스캔들 상대가 리차드인지 꿈에도 모른다.
그는 리차드와 애정 어린 스킨십을 하다가 지배인에게 게이로 오해도 받는다.
팁만 주면 뭐든지 하는 웨이터는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 성가시게 군다.
돈만 주면 모든 것이 암묵적으로 해결된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끝없이 등장하고,
리차드의 부인 파멜라까지 등장하면서 극은 절정을 이룬다.
황당한 거짓말과 말도 안 돼는 상황에 스캔들은 들통 날 것도 같은데,
거짓된 상황은 눈덩이 불듯 부풀어지며 끝이 날줄 모른다.
끝없는 거짓말은 리차드를 파멸로 몰아넣을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진다. 쑥대밭이 되었던 룸넘버 13호실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억상실을 걸린 탐정의 기억만 돌아오면 되는데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행운의 여신은 리차드의 편이다.
가슴 졸이고 보던 관객들은 정신이 없다.
긴박한 구성에 안도와 탄식을 번갈아 해야 하는 탓이다.
연극 ‘룸넘버 13’은 관객들에게 이런 상상을 선물한다.
‘여당과 야당은 오늘도 싸운다. 미친개 국회의원 리차드를 내세워.
치고 박고 싸우고 무릎도 헐어가면서.’
멘탈을 쏙 빼놓게 했던 룸넘버 13호에서 있었던 일은
그저 악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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