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은 태양이 가지는 역설적인 아름다움과 위험함
그리고, 절대적 존재가 지닌 위엄에 비유하여
불의와 전쟁에 의해 분열된 세상의 폭력을 향해 제안하는
호페쉬 쉑터의 타협 방법이다.
파괴적인 이 작품 안에서 완벽함은 뒤틀리고,
조화는 대립과 폭력에 대한 본능적인 묘사로 이끌려간다.
완벽한 세상을 향해 부산한 방종을 녹여내고,
열정적인 자유분방함과 복잡함을 최소화한
이 작품은 식민주의의 목가적인 공포를
날카로운 유머와 함께 직면하게 한다.
호페쉬의 <SUN>은 'World is Perfect'의 반어법으로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던진 그의 퍼즐조각이다. 10여초 정도의 마지막 장면을 첫 장면에 보여주는 플래쉬백(Flashback)기법을 파격적으로 사용하면서 70분의 작품은 여러 조각으로 나눠 이어진다. 붉은 태양이 가지는 불멸의 존재감과 근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절대적 존재가 지닌 위엄에 비유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불의와 전쟁에 의해 분열된 세상에 폭력을 향한 호페쉬의 제안이자 타협이기도 한 이 작품 속에서 완벽함은 뒤틀리고 조화는 대립과 폭력에 대한 본능적인 묘사로 표현된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출중한 군무의 에너지이다. 강렬함과 역동성은 순화하여, 특유의 중력을 이용해 몸을 짧게 바운스(bounce)하는 몸짓은 군무의 근간이 된다. 여러 장르의 춤을 섭렵한 무용수들의 노련미와 때론 신들린 듯한 경련과 민속무용을 접목시킨 듯한 동작, 일상적 손동작의 연속성은 귀족적인 바로크양식의 하얀 의상과 함께 무대에서 요동친다. 과감한 도발성, 다채로운 음악의 감각적 사용, 특히 음악적 구성에서 독창적이면서 매우 인상적이다. 젊은 감각을 극대화하며 예리하게 사회비판적, 정치적 통찰을 풀어내고 있는 호페쉬 쉑터는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아이콘을 캐릭터화하여 안무요소로 녹여낸다. 고도로 훈련된 무용수들의 출중한 군무가 어우러진 이 작품을 통해 호페쉬 쉑터의 진일보한 새로움이다. 태양이 가지는 불멸의 존재감과 근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절대적 존재의 파워를 상징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양산하는 불의와 폭력과 전쟁에 의해 분열된 세상을 향한 호페쉬 쉐터의 문제의식은 언제나처럼 춤과 음악과 조명이 합체된 형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여러 주제 이미지로 흐름을 이어가면서 관객을 끊임없이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개의 강약조절, 반복과 변화, 반전, 절정감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지배하는 퍼포먼스이다.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그의 컴퍼니 특성을 반영한 원색적이고 흥겨운 음악을 직접 작곡하여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출신인 그는 예루살렘 예술원을 졸업한 후 이스라엘 대표 무용단인 바체바 댄스컴퍼니에서 활동하였으며, 이후 파리 어고스티니 리듬 컬리지에서 드럼과 퍼커션 공부를 했다. 춤, 연극, 신체 퍼커션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을 발전시켜 나간 그는 2002년 영국으로 건너가 데뷔작인 <프래그먼트>(2003), <컬트(Cult)>(2004)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영국 최고의 극장인 새들러스 웰스 무대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예루살렘 출신 안무가 호페쉬 쉑터가 런던에서 그의 경력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리 오래 머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악몽처럼 런던을 싫어했던 그가 공연계 최고의 극장 중 하나인 런던 새들러스 웰즈 극장의 협력예술가가 되기까지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은 The Place 라는 작은 극장의 디렉터인 존 애쉬포드가 그를 초대하면서 공연계에 이름을 알리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영국 캔두코(Candoco) 무용단, 스코티시(Scottish) 발레단, 스위스 베른(Bern) 발레단, 미국의 세더 레이크 현대발레단, 노르웨이 카르트 블랑쉬(Carte Blanche) 현대무용단에서 초청안무가로 연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2004년 <Cult>로 관객상, <Fragments>로 디아길레프상과 최고 안무 비평상을 <당신의 방에서(In Your Rooms)>로 2008년에 수상하게 된다. 2007년부터 새들러스 웰즈 극장의 협력예술가가 되면서 매년 내놓는 작품마다 유수의 페스티벌과 극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편, 영국드라마 <스킨즈>의 오래된 교회 안을 무대로 한 메시 댄스(Maxxie Dance)의 안무가로도 대중들에게 친숙히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공연예술계에서 신성이자 21세기 현대무용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그는 바체바 댄스컴퍼니에서 오하드 나하린의 가가(Gaga)요법 몸언어 스타일과 다채로운 음악의 구성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영향력으로는 빔 반데키부스(Wim Vandekeybus),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를 언급한바 있다. 영국 '더 옵저버지는 '밀레니엄 이후 영국에서 창작된 무용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극찬 한바 있다. 세계 무용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호페쉬 쉐터는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 극장의 협력 아티스트이자 Brighton Dome의 상주단체이고, 2014 Brighton Festival 초청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노우에 히사시 '똥이야기' (3) | 2025.04.07 |
---|---|
윌리엄 코츠빈클 'E.T' (2) | 2025.04.06 |
베케트 '로커바이' (1) | 2025.04.05 |
볼테르 '바빌론의 공주' (3) | 2025.04.04 |
모리스 웨스트 '악마의 변호인' (1) | 2025.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