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당/ 청이를 떠나보내고
판소리는 시대의 반영이다. 그렇 다면 현대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노래와 춤으로 엮어 도시인의 삶을 보여준다. '아무런 대책없이'
공양미 삼백석을 덜컥 시주한 심봉사, 결국 사랑하는 딸 청이를 잃게 되는데
이것을 오늘날 아무런 대책없이 카드를 긁는 심계장의 모습에 담았다.
2마당/ 무릉도원이 어드메뇨
청이를 떠나보내고 실음에 빠진 심봉사와 황후가 된
청이의 모습의 대비속에서 옛날 사람들이 꿈꾸었던 이상세계를 볼 수 있다.
이것을 현실 삶의 뿌리로 부터 오지않는 현대인이 빠진 허황된 꿈에 대비시켜
현대인의 이상세계는 무엇인가 심층분석한다.
3 마당/ 뺑파를 만나
딸 덕에 돈이 생겼다는 이유로 심 봉사를 꼬시는 뺑파와 수발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심봉사와의 만남 <심봉사 코끼리를 보다>는 우리 옛 말에 있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부분은 알고 전체를 모르는 갑갑한 상태에서 눈을 떠
전체를 환하게 볼 수 있는 자아발견의 세계를 보여준다.
남을 통해 현재 자본주의 시대의 결혼 풍속도를 파헤쳐 본다.
4마당/ 황성가는 길
돈 없는 사람은 돈도 주고 벼슬도 준다는 맹인잔치가 벌어지는 황성으로 가는 길을
돈 떨어진 심봉사가 돈 벌러가는 길로 해석하고 그것을 현재 자본의 이윤 획득의
논리에 대비시켜 본다.
5 마당/ 버려지는 심봉사
돈떨어진 심봉사를 버리고 젊고 돈많은 황봉사를 꼬시는 뼹파의 행태를
자본주의 논리 중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 식'으로 철저히 써먹고 돈이 안되면
버리는 기업의 논리로 대비시켜 보여준다.
6마당/ 속옷까지 털리고
냇가에서 발가벗고 목욕하며 잠시의 시원함을 누리나 냇가에서 나와보니 속옷까지
잃어버린 심봉사를 현재의 빤짝하고 돈버는 허황된 돈벌이를 따라다니다
결국 중요한 것까지 잃어버리는 헬프자 심에 비유하였다.
잠깐이윤은 생길지 모 르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7 마당/ 일하는 심봉사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아를 찧으며 '노동'을 알게되는 심봉사.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깨달음으로써 여러가지 단결을 못하게 하는 현실 상황속에서
제각각 자기 논리에 만 빠져 단결을 못하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단결의 의미가 무엇인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전체를 보자고 얘기한다. 마음을 열고 만나 보자.
":그때여 심봉사는 인당수로 청이를 떠나보내고
그저 매일 같은 일에 쫓기는 현대인의 의미없는 하루같이 뭘 바라고 살거나,
유토피아, 파라다이스, 무릉도원이 어드메 늘상 영화 스크린 속의 영웅호걸
여배우들만 쫓다보니 어쩔수 없는 숙명론에 빠지는구나
그 이웃동네에 뺑파라는 묘한 여인이 살았는디
심봉사가 딸 덕분에 돈푼께나 생겼단 말을 듣고 자진 출가를 하였다.
이년의 행실을 볼작시면 청주탁주 모두 받어 저혼자 실컷먹고
시원한 정자밑에 웃통벗고 낮잠자기 코큰 총각 유인하여 밤낮 거시기하고
삐쭉삐쭉 씰룩 볼록 하루에도 열두번 마음 변하니
일제시대에는 신여성, 그 뒤로는 자유부인, 애마부인, 복부인, 오렌지족이
아니겠느냐. 그러하니 심봉사와 뼹파의 결혼조건은 계약결혼. 정략결혼 합의
이혼으로 이어진다나. 황성맹인잔치 소식은 돈 떨어진 뻥파에겐 한 밑천 잡을
기회로 보이니 몸이야 힘들든지 말든지 죽도록 일만하는 구멍가게 싸장님같이
성과급제 부추기는 중소기업의 소사장제와 같이 개미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기어봐도 남는게 뭐가 있나. 제 욕심을 못 다 채운 뺑파는 황봉사라는 또 다른
젊은 놈을 끌어들이니 '문어발식 기업확장',
'자유경쟁이라는게 다 이런거지요 뭐, 호호호호'
독점의 경쟁에 밀린 심씨는 하릴없이 실업자가 되겠구나
에라 답답한 심정 시원한 냇물에 먹이나 감자, 누추한 옷들을 활활 벗어버리고
목욕을 하던 심봉사는 돈만 벌 수 있다면 지옥에라도 가겠다는 심정으로 마지막
남은 체면이건 양심이건 진정한 삶의 가치건 모두 벗어던지고
다단계 판매조직이라도 뛰어들어 떼돈을 벌어보자.
시원한 기분도 잠시 냇가에서 올라오니 벗어놓은 옷이 모두 없어졌구나.
간신히 새옷을 얻어 입고 나니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이 보이고 방아타령에
다릿품도 팔고 함께 살아갈 단결의 의미도 깨닫고
마음의 문이 열리니 세상이 환하게 달라져 보이는구나.
덩지 덩지 덩덩"
극단 현장의 공동 창작인 <심봉사 코끼리를 보다>는 삶의 지향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눈먼 심봉사 의 이미지에 투영시킨 세태 풍자극이다. '코끼리'는 심봉사가 깨닫는 세상의 전체상이다. 고전 <심청전>의 인물에다 오늘날의 포스트 모던한 문화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대비시킨 이 작품은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초공간적 구성에다 판소리에서 랩뮤직까지, 탈춤에서 엉구주춤까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가무극으로 민요의 신명을 되살리고 있다. 즉,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공양미 삼백 석을 약속하고 딸 심청을 인당수의 제물로 보내게 되는 심봉사, 그리고 나서는 삶의 의미와 지향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모습, 이것을 이윤추구라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빠져 자아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다양한 삶으로 대비시켰다. 또한 약삭빠르게 봉사들을 울궈먹는 뺑파는 현대의 또 다른 삶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이 작품은 심봉사가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현대인의 전형으로서의 심씨의 어리석음과 유사한 의미망으로 엮어내면서 전자의 개안을 통해 후자의 깨침을 유도하고자 한 작품이다. 이는 설화의 틀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과 최근의 세태를 적극적으로 형상화하고자 노력한 점 등에서 이번 시기의 다른 작품들의 경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주의 깊게 논의되어야 할 부분은 노동연극의 문제의식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 이의 한 방편으로 교육극적 측면에 대한 적극적 고려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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