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준과 순옥은 어려운 생활이지만 신혼재미에 젖어 있는 맞벌이부부이다.
회사의 노조운동에 열심이던 명준은 집안일에 무심하여 순옥과 부부싸움을
벌이고, 그 원인인 잘못된 노동현실을 깨쳐 나가고자 한다.
명준네 회사는 민주노조쟁취투쟁을 벌여 어느 정도는 확약을 받아내지만
명준과 그의 동료는 교묘한 해고 조치로 회사에서 쫓겨난다.
순옥은 계속해서 취직을 못하고 떠돌이 신세인 명준을 위로하며 자신이 더욱
열심히 잔업을 할 테니 회사의 회유책에는 넘어가지 말자고 다짐한다.
명준은 단위사업장에서의 투쟁의 한계를 느끼고 지역노조의 연대를 위한
노동운동의 일을 맡는다. 언론에 의해 용공조직이라고 몰아 붙여진
지역 운동 조직에 대한 일제검거령으로 명준은 피신하는 몸이 된다.
회사의 옛동료 영석은 순옥을 찾아와 자수를 시키면 별 일 없을 것이라 회유하고,
형사는 숨어 있는 곳을 대지 않으면 재미 없다고 협박을 한다.
구속 노동자 가족인 한 아주머니가 대중집회장에 명준이 나타날 것을 알려주고
거기서 순옥은 대중앞에 선 명준의 건강한 모습을 바라보고 다시 피신해야 하는
명준을 떠나보낸다.
박노해 원작시 <노동의 새벽>을 극단 현장에서 각색하여 극적 형상화를 이루어낸 노래극이다. 노동자의 일상과 투쟁모습을 원작의 시적 모티브를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노래와 극을 통해 청각적, 시각적 형상화로 구체성을 획득하고자 한 작품이다. 가정과 회사 그리고 투쟁현장에서 일하고 싸우는 노동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노래와 극으로 표현하여, 특정 시기의 이슈보다는 우리 시대의 노동자적 삶의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설명적 장면을 최대한 줄이고 극과 노래와 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극의 감동을 노래를 통해 정서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노래는 박노해 시에 곡을 붙여 이미 대중적으로 불리는 노래와 그밖의 노동가요들을 많이 흡수하고, 무대 한편에 자리잡은 소리꾼들(합창단)이 적절히 노래를 보충하였다. 악기는 기타와 신디사이저, 사물을 사용하였다.
수년 간 노동 현장이나 대학가에서 마당극 형태로 호응을 받아온 작품이 문예회관에서 공연되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공연장소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제도권의 태도 변화와 민중예술 내부의 방향전환 모색을 바탕으로 민중연극이 재야에 머물지 않고 기존 연극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도 이념적 메시지의 효과적 전달이라는 선동목적의 기준뿐만 아니라 연극으로서 얼마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주었는가, 라는 기준이 첨가된다. 연극이 관객과 함께 만들어지고 상호 뜨거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유일한 예술임을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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