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브레히트 작, 양정웅 번안 '서울의 착한 여자'

clint 2024. 9. 22. 08:20

 

 

착한 사람을 찾기 위해 땅에 내려온 삼신(북두칠성, 남두육성, 삼태성)은 
잘 곳을 찾지만 아무도 재워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가난한 창녀 순이만 
그들을 재워주고, 신들은 답례로 돈을 주고 떠난다. 
작은 푸줏간로 새 출발 하는 순이. 
그러나 착한 순이를 사람들이 이용하려고만 들자 
순이는 계산이 빠르고 냉정한 사촌오빠 강사장으로 변장하고, 
사람들은 그런 강사장을 무서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순이는 우연히 사랑에 빠진 철이 역시 자신을 이용한 것임을 알고 
상처를 받고 다시 강 사장으로변신하여 사람들을 착취해가며 
세상에 복수라도 하듯 무섭게 돈을 벌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종국에는 순이가 평소 선의를 베풀었던 마을 사람들에게 구타당해 
만신창이가 된 채로 버려진 곳이 그녀의 푸줏간 도마 위였다.

 

 

 


<서울 착한 여자>는 브레히트의 작품 '사천의 착한 선인'을 원작으로 하여, 번안, 재구성하여  올린 작품이다. 원작 자체가 여느 연극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이 극이 서사극 형태라는 것이며, 이야기 또한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착한 여자>는 이러한 서사극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여 만들어졌다. 막 마다 제목이 있으며, 이는 관객들에게 해당 막의 내용이 대강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극 중간 중간에 배우들은 관객에게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농을 걸기도 한다. 이는 어찌보면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마당놀이 형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내용 자체는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 때는 바야흐로, 한국 전쟁 직후, 힘들게 살아내야 하는 시절, 민심은 흉흉하고 악한 사람만 득실거리는 세상을 보다못한 신들이 감찰을 나오게 되고, 착한 창녀 순이만이 이들에게 선행을 베푼다. 허나 세상은 착한 순이를 가만히 두지 않고, 순이 또한 험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강사장으로 남장을 하고 그 누구보다 냉정한 행동과 사업수완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결국 강사장은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다가 결국 자신이 순이임을 밝히게 되는데, 이러한 내용을 통해 관객은 과연 착하게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씁쓸한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방대한 구조와 사유의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쉽고, 단순 명료하게 재해석해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서울의 착한 여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현대인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극단 여행자의 연극 '서울착한여자'는 이렇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원작인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착한 사람'을 '서울'로 가져와 내용도 절반을 뚝 잘라내더니 자시보살, 구렁이 설화, 여신 '사티'와 '칼리' 등 불교, 동양구비문학, 인도신화 등을 버무려 아예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원작의 배경인 중국 사천을 한국의 서울로, 주인공 셴테를 순이로 바꾸고, 원작의 내용 중 신에게서 받은 재물로 푸줏간을 낸 창녀출신 순이가 결국 마을사람들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버림받는 과정을 따로 떼내 극명하게 조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