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세 여자 이야기(달빛, 고백, 목걸이)' 세 편과 '세 남자 이야기(보석, 달빛, 고백)’ 세 편이 한 개의 공연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유사한 세 여자 이야기'와 '세 남자 이야기의 이야기들은 각각 한 쌍을 이루며 서로를 거울처럼 비춘다. 진짜와 가짜(목걸이/보석), 이성과 욕망(달빛), 죄와 용서(고백). 그리고 이 6개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살아가면서 발견하게 되는 진실과 거짓, 욕망을 담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인간과 삶의 본질에 대해 동시대 관객들과 소통한다.
달빛
이성적인 남편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열정과 감동을 억누르고 있던 여자는 혼자 호숫가로 산책을 나갔다가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동생에게 달빛 속에서 경험한 신비로운 감정에 대해 털어놓는다.
고백
평생 동안 서로의 곁을 지킨 언니와 동생이 있다. 평생 상복을 입고 살아간 언니와 영원히 언니 곁에 함께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동생. 지금 죽어가고 있는 동생은 언니에게 마지막으로 용서를 빌겠다고 한다. 이 두 자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목걸이
10년 만에 길에서 친구를 만나 인사를 건네는 여자. 하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그녀의 외모를 친구는 알아보지 못한다. 한때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늙고 거친 여인이 된 여자는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로인해 달라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석
남자는 세상을 떠난 아내를 회상한다. 수수하고 순수한 매력을 지닌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한 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살았던 부부.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상실감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남자는 가짜 보석 모으기가 취미였던 아내의 '잡동사니' 상자를 열어보고 몰랐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달빛
확고한 신앙을 바탕으로 세상을 오직 신의 뜻과 이치에 의해서만 이해하며 여자를 불순한 존재라 여기는 신부에게는 여자아이인 조카가 있다. 조카에게도 신에 대한 사랑만을 가르치려고 애쓰던 어느 날, 조카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다. 화가 난 채 지팡이를 들고 밤거리로 나간 신부의 눈 앞에는 달빛이 쏟아지는데....
고백
평생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자식들은 슬픔에 빠진 채 아버지의 유서를 확인한다.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고백이 담긴 아버지의 유서에 자식들은 혼란에 빠진다.
서로를 비추는 거울 이야기
<세 여자, 세 남자>(소극장 산울림, 박선희 연출, 임수현 각색/번역, 7월 26일-8월 12일)는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 6편을 옴니버스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6명의 배우가 각 한 작품씩 1인극 형식으로 맡았다. 3명의 여배우가 <세 여자 이야기를 한편의 공연으로 3명의 남자 배우가 <세 남자 이야기>를 다른 한편의 공연으로 들려준다. <세 여자 이야기>의 제목은 '달빛', '고백', '목걸이' <세 남자 이야기의 제목은 '보석', '달빛', '고백'이다. 이처럼 매우 흡사한 내용이 서로 한 쌍을 이루고 있다. 이 6개의 에피소드에는 잔잔한 사랑과 끔찍한 범죄, 놀라운 반전이 들어있다. 대체로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깊이 관찰하고 그것에 평가를 가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편이다. 따라서 관객은 배우가 일인 다역으로 들려주는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건의 추이를 흥미진진하게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연극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이야기는 공감할 거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각색의 묘미는 균형과 집중에 있다. 대칭을 이루도록 이야기를 선택하고 서로 상승 효과를 갖도록 배치하여 희곡을 구성했다. 단편을 각색했으되 원작이 가진 촌철살 인의 극적 반전을 살리고 있다. 한 배우가 주인공일 때 다른 두 배우는 그 또는 그 녀를 시청각적으로 다양하게 보조하는 역할을 하며 무대그림을 만들도록 했다. 각 배우가 한 작품에 집중하고 그 속에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1인 중심의 극으로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한 공연 속에서 세 가지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는 방식 또한 지루할 틈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서로를 비추는 유사한 테마의 반복 은 공연을 본 후 이야기를 비교하고 음미해보고, 나아가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여지를 남긴다. - (송민숙: 연극평론가)
번역 각색의 글 - 임수현
시작은 작가 기 드 모파상에 대한 관심이었다. 단편소설의 대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모피상 문학의 염세적인 세계관과 객관적이고 냉철한 문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관건은 이러한 문학성으로부터 연극성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처음 구상한 작품은 <세 여자 이야기>였다. 300여 편이 넘는 모파상의 단편소설들 중에, 여성의 서사를 담은 <목걸이)> <달빛> <고백> 이 세 편을 선택하여 극적인 구조를 부여하고자 했다. 모파상의 작품 속 여성들은 대체로 남성에 의한 피해자, 쾌락의 대상, 또는 수동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세 여자 이야기>로 묶인 이 단편들에는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과 은밀한 욕망, 자매 간의 특별한 교감 등이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목걸이>가 보여주는 삶의 잔인한 아이러니. <달빛>이 담고 있는 낭만적인 서정성, 그리고 <고백>이 전하는 사랑과 죄와 구원을 둘러싼 충격 적인 진실 등은, 모파상의 여성관을 새롭게 조명해주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세 여자 이야기>는 카페 낭독에서 시작하여 무대화된 낭독극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이 세 여자들의 세계와 한 쌍을 이루는 '세 남자들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렇게 선택된 단편들이 <보석> <달빛> <고백> 세 편이었고 실제로 '세 여자'와 '세 남자'에 등장하는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제목부터 유사하거나 동일할 뿐 아니라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보석>은 <목걸이>에서 제시된 '가짜'와 '진짜'의 문제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삶의 아이러니 등을 다루고 있다. 가짜 목걸이를 진짜로 여겼던 목걸이의 주인공과는 달리, <보석>의 주인공은 반대로 가짜로 알고 있었던 보석들이 진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민에 빠진다. 두 편의 <달빛>은, 화자가 여자/남자라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유사한 장면을 담고 있다. 매혹적인 달빛의 밤으로 인해 감정의 변화를 겪는 인물들, 이 두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달빛'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편의 <고백> 또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남자/여자) 주인공'이라는 동일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때 여성 판 <고백>의 주인공은 용서를 선택하지만, 남성판 <고백>의 주인공은 죄를 묵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차이가 있다. 모파상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며 한쌍을 이루는 작품들은, 남성/여성의 구분을 넘어 인간과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메시지는 모파상의 인물들과 19세기 말의 프랑스 사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각색의 차원에서 <세 여자, 세 남자>를 이루는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3인칭 서술자 시점의 소설에서 1인칭 화자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1인극의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또한 메시지 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원작에는 없는 화자의 주관적인 서사가 각 이야기의 앞뒤에 추가되 거나 음악, 시 낭송 등이 삽입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세 여자 이야기>와 <세 남자 이야기>로 각각 공연될 수도 있고, 하나의 틀 안에서 '세 여자'와 '세 남자의 이야기를 교차 또는 순차적으로 공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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