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60년대 중후반.
마님 댁의 일을 돌보며 살아가는 영희네 가족,
마님이 좋아하는 오리를 키우며 오리를 잡고 탕을 만들어
마님한테 올리는 일에 영희 엄마아빠는 전력을 다한다.
맛있게 먹으면 쌀을 주고, 그것을 끓인 국물이라도
먹고 살 수 있기에. 정성을 다한다.
영희의 꿈은 10원짜리 크림빵을 먹는 것.
1년에 명절 때나 먹는 그 빵을 자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영희네의 이 일도 사단이 난다.
영희 오빠와 국민학교 같은 반인 마님네 아들 가래가 거들먹거리자
숯돌로 가래를 때린 것. 그 일로 마님은 득달 같이 영희네로
와서 다 나가라고 한다. 영희 부모는 워낙 어렵게 살아왔고
악의가 없는 순박한 사람들인지라 오히려 그간 고마웠다고
인사까지 하고 나온다. 그리고 영희 엄마아빠는 시장통에
시금치 목판 장사와 칼 가는 일을 하며 산다.
그러나 어렵게 모은 돈 계에 들었다가 다음 달이면 타는데,
계를 타면 영희는 크림빵 사준다는 엄마 말에 손꼽고 있었는데
그만 계주가 도망간 것이다. 그래도 얼마나 상황이 안 좋았으면
그랬을까 남 걱정하는 영희 부모, 집도 멀리 단칸방으로
쫒기는 신세에도 영희네는 그러려니 하며 살아간다.
30년 후, 아직 그 단칸방에 살고 있는 영희네 가족
그 좁은 방을 두 개로 갈라 시집간 영희와 영희 남편이 같이 산다.
세월이 많이 흘러갔기에 영희부모는 머리가 허옇다.
영희 오빠도 중년이다. 아직 총각에 혈기가 넘쳐 얼마전 택배기사도
때려치웠다. 개 똥걸레를 치워달라는 주부의 갑질에 행패 부리다가.
아직 시장통에서 시금치 목판 장사와 칼 가는 일하는
부모신세를 진다. 아빠는 칼가는 일이라도 아들에게 시키려 한다.
한편 시집간 영희는 남편한테 매일 맞는 중이다.
남편이 어렸을 때 부친한테 매일 맞으면서 컸기에 그렇단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영희를 나무로 때리지 못하면 잠을 못잔다.
그 매맞는 소리를 영희 가족들은 옆방에서 생중계로 듣고 있다.
이들의 가난은 대물림 되는 걸까?
영희는 맘 편히 크림빵을 먹게 될까?
가진 자들의 횡포에 불만이 많은 영희 오빠는 어떻게 될까?
잘못된 일인줄 알지만 잘못됐다 말하는 순간 밥줄이 끊어진다.
비참하지만 '착하게' 참을 수밖에 없는 영희네 가족.
가족의 위대한 사랑을 그린 윤미현의 창작극으로,
부산시 창작희곡 공모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윤미현의 <크림빵을 먹고 싶었던 영희>는 현실성, 사회성,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문제성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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