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손유미 '달무리'

clint 2024. 9. 16. 05:37

 

 

작은 섬마을. 작은 횟집. 
어느 날 영은이 집으로 돌아온다. 
영은은 자신의 할머니 신을 받은 무당이다. 
영은의 엄마인 미숙은 그런 영은이 편하지 않다. 
미숙은 한평생 무당의 운명을 대물림 받지 않기 위해 애써왔다. 
미숙은 무당이 된 영은을 외면하는 한편, 
영은이 다시 돌아온 이유를 궁금해한다. 
미숙의 남편인 춘길은 미숙과 닮은 영은을 예뻐하면서도 
안쓰럽게 여긴다. 무당으로서의 굴레를 벗어난 미숙은 자신의 삶을 
지키려 하고, 영은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춘길은 이 둘을 안타깝게 지켜본다. 자신의 운명에 거부감을 느끼는 
둘과는 달리 춘길은 자신이 받은 운명을 직시하기 위해 
미숙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떠난다.
춘길이 떠난 뒤 미숙의 친구 문희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서 
벗어날 궁리를 하던 도중, 영혼을 만난다. 
문희는 영은에 게 남편의 저주를 부탁하지만 영은은 이를 거부한다. 
이를 본 미숙은 영은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은 없애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영은과 미숙은 달빛 아래에서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두려움과 아픔을 나눈다. 
미숙은 영은과 함께 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바다로 떠난 춘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뒤 
또다시 어쩔 수 없는 대물림의 운명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기로 결심한 미숙에게 영은은 자신의 짐을 넘겨준다. 
영은 위로 깨끗한 달빛이 쏟아진다

 

극은 무당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혈연마저 끊었지만 

결국 신내림을 피할 수 없었던 여인 삼대의 한 맺힌 이야기다. 

작가가 어머니의 오랜 지인인 무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

희곡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심사평 - 최창근 최치언
올해 제11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72편이다. 투고 수로만 보면 74편이 들어온 작년과 비슷하다. 내용은 문학의 영원한 테마 중의 하나인 가족 이야기와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최근의 어두운 사회상이 반영된 탓인지 납치와 감금으로 이어지는 인질극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는 정도다. 

한편의 시극과도 같은 「달무리」는 대학생 작가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인생을 통찰하는 어른스러운 시선이 빼어난 작품이다. 완성도에 있어서도 여느 희곡보다 한층 높은 수준과 깊이를 보여주었다. 다만 모범답안 같은 익숙한 희곡에 너무 젖어 있는 듯한 인상이 짙어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할 신인작가의 작품으로 적당한 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작가는, 특히 신인작가는 기성의 시각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독자나 관객에게 각인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당선소감 - 손유미
어떤 말로 이 글을 시작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또, 앓아버렸습니다. 나는 참 혼자서도 잘 앓습니다. 봄을 앓고 여름을 앓고 권태를 앓고 낯설다가도 질려버리는 일상을 앓다보니 눈이 내리고, 지금은 분에 넘치는 기쁨을 앓고 있습니다. 결국 내 안의 신파를 앓다.와 같은 말이겠지만,   고마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우리 가족, 많이 고맙습니다. 불평이 많은 딸이고, 무심한 딸이고, 잔소리 많은 누나지만 많이 사랑해서 그런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아무리 도망쳐도 결국 이곳이 나의 자양분이기에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친구들, 장영원, 임지은, 박미진, 김보미. 나를 먹여 살리거나 같이 굶어 죽거나 할 이 친구들 덕분에 마냥 외롭진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버거움을 잘 극복하기를 바랍니다. 김현, 박지혜, 서유라, 손은주. 걱정해주고, 걱정하고, 반겨주는 친구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끙끙 앓고 있는 우리 글 쓰는 친구들 좋아하고 질투하고 아끼고 시기하고 애처로운 이 친구 들 덕분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모두 이곳에 옮길까 하다가 적지 않습니다. 이곳의 모든 행간이 너희에게 전하는 마음이라는 것 을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만, 새벽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한 몸, 배우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한 줄 적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적습니다. 김경주 선생님. 언제나 내 감정의 젊음을 위태롭게 만드는 선생님입니다. 지지 않도록, 젊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기 돌보듯 자신을 아끼고 돌아오라고 하셨던 윤대녕 선생님, 나를 꿰뚫듯 바라보시던 김사인, 배삼식 선생님께도, 내 삶의 불편한 순간을 알아봐주셨던 하일지 선생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백가흠, 성기웅 선생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적습니다. 그분들께서 염려하시는 점. 스스로 경계하겠습니다. 이 짧은 글을 쓰는 데도 자신이 없는 내가 무엇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꾹꾹 눌러서 농도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그 안에 진심을 담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입니다. 내 글의 비빌 언덕은 내 신파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경멸하고 또한 사랑합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한 지난 연인이, 그 연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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