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집 아낙인 흥부처 29세로 연년생 아들 12명을 출산했고,
착하디 착한 남편 흥부은 처에게 쥐어사는 모습이고,
하루일과를 마치면 색시와 동침하는 게 낙이다.
마침 대궐에서는 왕과 중전 사이에 대를 이을 자손이 태어나지를 않고,
궁녀들과 동침을 해도 세자가 태어날 기미가 보이지를 않으니,
백성들과 신하들은 물론 산천초목까지 후사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니 자연 12명의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은 여인이 왕의 씨받이 대상
1순위로 떠오르게 되지만, 흥부처에게 어엿한 남편이 있는 것이 문제라,
신하들은 계책을 짜 여인을 설득시켜 대궐로 데려간다. 물론 착하고 바보 같은
흥부에게는 나들이를 잠시 다녀오는 것으로 핑계 댄다.
대궐로 간 흥부처는 왕과 신하들 앞에서 12명의 남동생이 있는 집의 장녀로
19세 처녀라고 소개가 된다.
드디어 여인은 왕과 금침 속에 들어가게 되지만, 등창을 앓고 있는 여인은
임금께 여인상위체위를 원한다. 임금이 놀라 멈칫하게 되고, 이를 엿듣던
신하들이 고금에 없는 체위라고 반대를 하니, 예조판서는 있을 수 있는 행위라며
중국 명나라의 고서를 증거라며 임금께 고한다.
여하튼 왕세자가 태어난다. 그러자 중전과 대신들은 새로 태어난 왕자의 외숙이
12명이나 되니, 세자가 후에 대를 잇게 되면 외숙들이 처처 요직에 앉게 되고,
외척의 세도가 삼천리 방방곡곡에 뻗게 되면 큰일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12명 전부를 처단하자고 왕께 아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정적은 반드시
처단되듯 이 극에서도 결국 흥부와 아들 12명은 함께 처단된다.
중전은 후궁에게서 씨받이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후궁 박빈으로 호칭되지만,
세자는 중전 자신이 기르겠다고 왕께 아뢰고 신하들도 중전 편을 든다.
그러자 아기가 곱슬머리인 것을 이유로 왕손이 아니라며 여인을 의심하고
외도를 했다며 죽음 직전까지 몰아가지만, 왕이 여인을 집에 한번 돌아가도록
허락한 것을 이유로 집으로 돌려보낸다. 하지만 여인이 그리던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은 텅 비어있다. 외척세력의 확장과 전횡을 막기 위해 모조리 처단을 했으니,
그 누가 남아있으랴? 여인은 찾다가 기진해 주저앉는다.
뒤따라온 상선은 의해 남편과 12명의 자식이 살해당한 것처럼
여인도 살해하려다 그만 두고 떠난다.
<후궁 박빈>은 민간 설화 ‘흥부전’을 소재로 한윤섭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아이가 없는 왕비 대신 ‘12명’ 자녀를 낳은 흥부 부인이 궁궐로 들어가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가진 자들의 갑질과 권력, 불평등에 대한 공분(公憤)이
점차 상승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주는 사이다 풍자극’이라고 소개한다.
이 작품은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한 가정이 지도층의 권력욕에 의해
망가지는 과정을 코믹한 상황으로 그려낸다.
중간 중간 마다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마냥 웃기만 할 수 없는
씁쓸한 뒷맛이 <후궁 박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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