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현우는 연극배우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시탈의 환영에 시달린다.
배우로서의 유명세때문에 가정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한 그는
심각한 의처증에 시달리고 아내인 정희는 현우의 집요한 광증으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낸다. 이러한 현우의 내면의식에는 어린 시절
그가 겪어야 했던 어머니의 화냥기와 그로 인한 뼈아픈 상처가 있었다.
그로부터 알게 모르게 여성에 대한 순결의식을 고집하고 끝없는 불신감에
시달리는 정신이상증을 앓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탈놀음과 관계된 연극으로 지방공연을 하던 중
한 마을에서 행해지는 별신굿 놀이를 접하게 된다.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별신굿은 신혼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죽은
어느 신부의 넋을 기리는 전승 설화를 배경으로 전하여져 오고 있었다.
그 내용인즉, 신혼첫날밤에 신랑이 소피가 마려서 칙간에 가려고
신방을 나가려다 자신의 옷자락이 문돌쩌귀에 걸린 것을 모르고,
신부가 음탕하여 신랑을 잡아 끄는 줄 알고 그 길로 도망을 갔다가
반백이 지난 나이에 돌아와 보니 옛날 그 집도 그대로고 혹시나 하여
방문을 열어보니 신부는 쪽두리도 안 벗은 채 그대로 있더란다. 신랑은
하도 미안해 손을 잡으려는데 그대로 재가 되어 내려 앉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없이 시름에 잠긴 형상을 한 각시탈이 가면으로 사용이 되는데
그것이 우연찮게도 언제부턴가 현우를 괴롭히던 그 각시탈의 형상이었다.
별신굿 도중 각시탈의 환영에 시달리던 현우는 실신하게 되고
그 사이 집에 남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현우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전래설화를 바탕으로 현재와 설화를 각시탈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장면들을 역동적으로 표출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제17회 충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배우인 한 남자의 내면의식을 통해 우리네 의식 저편에 자리하고 있는 한 민족만의 집단 무의식을 얘기하고 있다. 집단심리의 단순논리에 의해 개개인의 지성이 무력화되고 유린되는 우리시대 사회상을 조명.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한 도착된 인간적인 심리를 통렬히 풍자한다.
오영미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명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소설을 쓰려고 황순원 선생님이 계시는 경희대에 진학했으나 장터 약장수의 아크로바틱 쇼나 무대예술에 대한 관심 때문에 희곡 공부를 시작했고 그것으로 석사, 박사를 마쳤다. 한국교통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희곡과 영화 시나리오, TV 드라마 쓰기를 가르치고, 한국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희곡작품집으로 『탈마을의 신화』가 있고, 저서로는 『한국전후연극의 형성과 전개』 『희곡의 이해와 감상』 『문학과 만난 영화』 『오영미의 영화 보기 좋은 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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