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5년(1573) 부안읍 서외리의 현리였던 이양종의 서녀로
태어난 매창은 매사에 천부적 기질이 뛰어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시와 문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던 매창은
남장을 하고 서당에 가 글을 배우지만 매창의 재주를 시기하던
동기들로 인해 남장이 탄로 나게 된다.
부친의 사망으로 의지할 데가 없어진 매창은 당시 무안 현감이던
진사 서우관의 배려로 관아에 들어가게 된다.
어미의 신분을 이어 받아 기생이 된 매창은 나이 스물에 운명적인 정인
촌은 유희경을 만나게 된다. 기생이란 서럽고 천한 신분을 따뜻함으로
감싸주었던 유희경과 설움 속에서도 봄볕에 터지는 매화꽃처럼
그 재능이 만개했던 매창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임진왜란이라는 바람 앞의 등불같이 위태로운 나라의 운명 속에서
매창과 유희경은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유희경을 향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했던 매창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한성으로 향하지만 끝내 촌은을 만나지 못한 채 부안으로 돌아온다.
원치 않는 이별의 아픔 속에서 깊은 병을 앓았던 매창은 시대의 반항아
교산 허균을 만나게 되고, 이 만남은 매창의 삶에 또 다른
지평을 열어주게 된다. 육체가 아닌 영혼의 교감을 통해 백년지우가
되었던 허균과 매창은 서로의 삶과 문학에 숨을 불어 넣어준다.
<이화우 흩날릴 제...>는 조선 초 최고의 여류시인이자 전북 부안의 명기였던 이매창(1573-1610)의 생애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조선조 최고의 여성 시문학을 일구어냈던 천재적 예술가 매창은 서른일곱 푸르른 나이에 외롭게 떠났다. 흔히 북의 황진이, 남의 매창이라 하면서도 당대의 풍류남들과 화려한 만남을 즐겼던 황진이의 화려한 삶에 비해 그녀보다 훨씬 많은 시를 남긴 매창의 문학이나 고독한 삶은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못했고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한 것을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 그녀의 재능과 기생이기에 일방적으로 주어진 이별의 아픔, 깊고 고운 사랑을 되살렸다. 온전히 우리정서, 우리 가락을 바탕으로 탄생한 창작극 <이화우 흩날릴 제>는 서양식 문법의 뮤지컬과 우리의 창극을 활용해 공연되었다. 2002년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한 이 작품은 기존 연극제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뮤지컬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다양한 연극적 요소들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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