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영선 '쥐가 된 사나이'

clint 2024. 9. 3. 08:51

 

 

깊고 깊은 산골 어느 오두막집. 
어머니와 딸, 사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죽은 남편으로부터 몇 년 전 집을 나간 아들이 돌아온다는 
말을 들은 뒤, 그 말을 반신반의하면서 군불을 넣고 감자를 삶아 놓는다. 
그리고 어떤 청년이 한밤중에 문을 두드린다. 
몇 차례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청년은 야간산행 중에 길을 잃어 
집에 돌아오게 됐지만, 어머니는 그를 아들이라 믿으며 
지난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 상황이 기이하기만 한 청년은 집을 떠나기로 하고 나간다.  
몇 시간 후 다시 오두막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쥐가 된 사나이’는 연극계 음유시인으로 불렸던 작가 故 윤영선의 미발표작이다.
2005년 6월 쓰기 시작하다... 끝맺지못한 미완성의 작품 <쥐가 된 사나이>
극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한 청년이 산행 중 우연히 찾아간 집에서 

자신을 아들이라고 말하는 가족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2부는 집을 나와 헤매던 중 다시 찾아간 집에서 가족들이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며 외면하는 내용이다.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이성적 질서와 일상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을 그린다. 기존 세계에 대한 부정과 함께 관객들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현실과 비현실, 논리와 비논리의 경계가 이 공연의 무대다. 현실세계의 청년이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겪으면서 그 공간을 거부하고 돌아가려 하지만 결국엔 비현실을 받아들이고 만다. 하지만 청년은, 그리고 우리는 확신할수 있는가. 그곳이 비현실이고 이곳이 현실인지를.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 논리와 비논리, 존재와 부존재.. 故 윤영선 작가의 글은 모두 이런 경계들을 넘나든다. 그 경계선은 굵고 선명한 것이 아닌 모호하며 구분 지을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인간의 삶과 이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했던 작가 윤영선은 <쥐가 된 사나이>에서도 역시 질문한다.
"넌 쥐야 쥐. 그런데 너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왜 쥐라는 게 그렇게 나쁜 거냐?" <쥐가 된 사나이中>
사람인가 쥐인가. 답을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나 자신과 우리가 사는세계에 대해 새삼스럽게, 때로는 낯설게 질문할 것이다.
상황도 부조리한데다 극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얼토당토한 대사가 튀어나온다. 양변기를 미 첩보국의 도청장치라고 하고, 화전으로 일군 밭에 바위가 튀어나와 농사가 안되자 홧병으로 죽은 남편이 감자와 쌀 등 양식을 보낸다고 말한다.
윤영선 작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일까. 이승과 저승의 경계일까, 사람인들 쥔들 뭐가 대수냐는 것일까. 묘한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에 관객들은 자기를 되비쳐보고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故 윤영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