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준호 '밤이 되면 그 녀석이 돌아온다'

clint 2024. 8. 29. 08:39

 

 

진호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지만 작가가 되지 못하고 대형 매장의 식품 코너에서 일하고 있다. 진호는 밤마다 군대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두 살 아래 선임인 상엽의 환영에 시달린다. 상엽의 환영이 나타나 진호를 폭행하고 갈구는 것이다. 진호는 그 악몽에 시달리다가 잠에서 깨고 여자친구인 윤경에게 전화를 걸어 산책하자고 한다. 윤경은 진호와 같은 문창과로 학생 시절 등단은 했지만, 아직 작가로서 자리는 못 잡았다. 진호는 윤경에게 현재 자신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해 확신을 주고 싶어 자신의 벌이와 자격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윤경은 진호에게 너는 좋은 사람이라며 굳이 자기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무 자신을 구속하고 괴로워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진호의 직장인 대형 마트의 식품코너. 매장의 식품판매원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으로 시식을 권해 문제가 발생했다. 진호는 유통기한 확인 안 한 식품판매원의 책임을, 식품판매원은 유통기한 제품 관리 안 한 진호의 책임을 주장한다. 둘이 사유서를 쓰는데, 진호는 식품판매원을 구슬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쓰게 한다. 식품판매원은 진호 말만 들으면 둘 다 괜찮을 줄 알고 그대로 쓴다. 진호의 군대 선임인 상엽의 환영이 나타나 진호의 행동(식품판매원을 속인 것)에 대해 칭찬하며 둘의 군대 시절 후임이 선임을 고발했지만 행정보급관의 진급 욕심으로 인해 고발이 흐지부지된 사건을 같이 떠올린다. 진호는 자기도 어느새 상엽의 가르침에 공감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계속 상엽의 환영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하자, 진호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의 상엽을 만나러 간다. 상엽은 시골에서 배추 농사를 하고 있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갖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상엽은 진호의 기억과 달리 너무 선량하게 변했고 군대 시절 진호에게 했던 가혹 행위에 대해 사과한다. 진호는 그런 상엽의 모습에 충격받고, 역정을 내면서 자기는 군 시절 내내 상엽을 사회에서 밑바닥 인생일 것이라 무시했으며, 사회 적응 하지 못해 배추밭으로 도망쳤고 군대 시절 그 위세는 어디 갔냐며 쏘아붙인다. 그리고 군대 시절 상엽이 말한 사회 생활의 법칙 그런 것이 사회에 나와 보니 맞았다며 너는 낙오된 거라고 말한다. 상엽은 진심으로 미안해하지만, 모멸감을 느낀 진호는 상엽에게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하며 떠난다.
진호의 계략에 식품판매원은 결국 해고된다. 밤에 진호는 상엽의 환영, 식품판매원의 환영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상엽의 환영은 진호에게 현실의 상엽을 찾아가 화풀이하면 과거의 굴욕감이 사라질 줄 알았냐며, 상엽의 환영과 지금의 상엽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진호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너(진호)가 자기를 만들어서 옥죄고 있는 것이라며 자기를 제발 보내달라고 말한다. 악몽에서 깬 진호가 떨면서 윤경에게 전화를 건다. 진호는 윤경에게 과거의 그놈이 내 속에서 망령이 되어 살아 있다며 죽어버려야 하는데 죽지를 않는다고 절규한다. 윤경은 걱정스럽게 그의 말을 듣는다. 상엽의 환영이 미소를 지으며 아직도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진호를 천천히 바라본다.

 

 

 

과거의 그놈이 내 속에 망령이 되어 살아 있어.
과거의 그놈이 내 속에 망령이 되어 살아가고 있어.
과거의 그놈이 내 속에 망령이, 망령이, 망령이…

 

최준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