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미경 뮤지컬 '조선 삼총사'

clint 2024. 8. 28. 19:17

 

 

1800년 정조 승하 후,
어린 순조가 왕위에 즉위하면서 세도정치가 시작되고 
삼정이 문란해졌다.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지면서 
백성들의 세금부담은 나날이 가중되었다.
게다가 평안도는 서북차별로 관직에 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이에 평안도 백성들은 세금을 내느라 곤궁한 생활을 면치 못했고, 
수탈에 치여 산간벽지로 도망가는 일도 잦았다.
이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승 박대성을 필두로 그의 제자 김선달, 홍경래, 조진수, 
그들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고 한 스승의 뜻을 이어 받았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모습은 각기 달랐다.

 

 


김선달은 재치와 지혜로 돈을 끌어다 
어려운 백성들을 직접 도와야한다 생각했고,
홍경래는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권력을 갈아 엎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 생각했으며,
조진수는 권력 속으로 들어가 조정을 쇄신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선달은 대동강 사기극까지 펼치며 권력의 핵심 조득영의 재물을 
끌어다. 백성들을 돕느라 안간힘을 쓰고,
홍경래는 10년 동안 준비한 민란을 일으키며,
조진수는 백성들의 폭동을 잠재우는데 앞장서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할수록
서로 반목하는 위치의 정점에 서게 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는데....



19세기 초 조선, 세도정치의 폐단이 극에 달하며 민생은 수렁에 빠진다. 이 시절 함께 나고 자란 세 명의 죽마고우가 있었으니…. 이 중 하나는 큰돈을 벌어 이웃과 백성을 구하고자 했고, 혁명을 일으켜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이 권력을 잡아 폐단을 바로잡고자 했다.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한 방식은 각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을지 모른다. ‘삶이 팍팍할수록 노래를 부르며 한과 울분을 달래고 싶지 않았을까?’ 이 같은 작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서양 음악에 한국 정서를 버무려 개량한복과 같은 선율을 얹으니 흥이 넘치는 뮤지컬 한 편이 탄생했다.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간다. 1811년 발생한 홍경래의 난을 역사 배경으로 삼았다. 홍경래는 극 중 삼총사 중 유일한 실존 인물이다. 1811년(순조 11년)에 일어났던 '홍경래의 난'이 배경.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에 맞서 자신의 이권보다 조선의 평화를 꿈꿨던 세 친구 '홍경래', '김선달', '조진수'의 이야기다.  농민 반란을 일으킨 홍경래는 실존 인물, 평양 출신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김선달은 설화로 전해내려 오고, 강직한 금위영 대장 조진수는 이번에 만들어진 가상 캐릭터다. 친구였던 이들은 각자 다른 생각으로 갈등을 빚다, 결국 나라와 백성을 위해 화해하고 연대한다. 선한 목적을 가진 이들은 어려움에도 힘을 합친다는 걸 보여줬다.

 



 무대에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봉이 김선달이 물을 팔아먹는 '대동강 물길'을 구현한 장면이었다. 30㎝부터 2m30㎝까지의 깊이를 가진 원형무대가 시시각각 변화한 가운데, 1m30㎝가량의 경사 부분에서 '대동강 물길'이 물 없이 실감나게 구현됐다. 그 사이에 파란색으로 칠한 나무 바닥을 깔고 연기와 파란색 조명을 적절히 배합, 물의 울렁거리는 느낌을 잘 살렸다. 사실적이고 유려한 무대였다. 80여명의 배우와 무용가, 대규모 국악관현악단과 오케스트라가 방역 지침을 지켜가며 연대의 장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강력하게 힘을 발휘한 건, 적재적소에 배치된 장소영 음악감독이 작곡한 넘버들이었다. 특히 김선달·홍경래·조진수의 각각 캐릭터 특징에 맞춰 해학·진취·클래시컬한 선율을 들려주는 등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음악적 아이디어가 일품이었다. 전체적으로도 서양음악과 우리의 정서가 균형감 있게 배합됐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꿈꾸는 자의 세상'은 그 웅장함에 먹먹했다.

 

 

 

홍경래의 봉기는 시종일관 용감하고 비장하게 묘사되고, 대동강 물을 100만 냥에 팔아 탐관오리를 농락하는 김선달은 통쾌한 유머로 관객을 웃기고, 조진수의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제도 안에서 개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그런데 조용하게 눈길을 끈 것은 <조선 삼총사>의 주인공보다도 ‘자임’이라는 이름을 지닌 김선달의 아내다. 물론 실존인물이 아닌 김선달의 아내는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을 끊임없이 돕다가 마침내 홍경래의 난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정주성을 끝까지 사수하는 길을 택한다. 김선달이 처음으로 사준 옥비녀 하나를 남편에게 받은 생애 첫 선물이라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 세상을 바꾼다며 집 떠나간 남편을 기다릴 수만은 없어, 자신이 첩자로 변신하여 탐관오리의 횡포 한가운데로 잠입하는 용감한 여자, 자임. 홍경래의 혁명도, 김선달의 개혁도, 조진수의 진보도 아니지만, 다만 그 모든 고통받는 사람들을 끝없이 돌보고 또 돌보다 마침내 스스로가 이름 없는 전사로 죽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