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웬디 와서스타인 '여우들의 파티'

clint 2024. 8. 27. 13:12

 

 

 

 

20대 얼마나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가.

서른이 되면, 마흔이 되면 난 무엇이 될 것이다라고 꿈꾸는 것들.
사랑에 대한 동경, 性과 Sex에 대한 호기심 등 등.

여성이기에 더더욱 꿈꾸는 것, 바라는 것이 많다.
20대 여성의 고민을 실감나게 짚어낸 이 작품은 수다와 코믹터치,

그리고 감각적인 노래와 춤을 곁들어 어려운 문제를 펼쳐낸다.
최고의 여대를 졸업한 5명의 여자들이 졸업 후 6년 만에 모여 있다.
30살이면 자신의 꿈들을 이룰 수 있을 꺼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 기숙사시절 냉철한 우등생 수희는 사법고시를,

가장 여성스러운 선미는 결혼을,

수희와의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희라는 이라크 행을 선택한다.

하지만 능동적이고 낙천적인 은수와 활달하고 개방적인 리나,

수동적이고 소심한 유리는 졸업 직전까지 자신의 행로를 결정하지 못하는데...

 

 

 

여성을 위한 연극이라는 "여우들의 파티"
작품 속에는 서른 즈음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20대를 보여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바람들이 드러나며 서른 즈음의 자리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기대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막을 내린다. 그것은 여대나 여고 동창생이건 남자들의 모임이건 상관없이 그 즈음의 나이에 오랜만에 모인 만남이라면 누구나 나누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 일상적인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이야기는 서른 즈음의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한정된 재료를 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나이 여성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과제인 것이다. 또한 외국 작이기 때문에 얼마만큼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 각색하는가 하는 것이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즉 작품 속 인물들과 비슷한 연령의 관객에게 얼만큼의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진정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연극"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면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듯 느껴진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가 하는 두려움에 몇몇의 여성관객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어느 정도의 경계에서 발만 담그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질까? 위 물음표는 더 나아가 작품을 번안 각색할 때 여성의 참여가 얼마만큼 이루어졌는가 하는 또 하나의 의문을 자아내게 만든다. 정말 혹독하게 이야기한다면 연극 "여우들의 파티" 속 여대 동창생들은 이름과 학교만 한국의 것을 취했을 뿐 그들의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며 말하는 것은 고스란히 "made in U.S.A"를 보여주고 있으니 한국 관객 특히, 등장인물과 비슷한 연령의 여성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했을까는 긴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와 다른 생각,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자란 이들의 관심사와 생각을 읽는 것과 그런 것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객에게 보다 더 깊이 있는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말 한국에서 여대를 나온 30대의 여성의 입장에서 사실적인 표현을 했어야 함을 언급하는 것이다. 연극 [여우들의 파티]는 여대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동기들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만남은 서로 각자에게 반가움과 놀라움 그 자체가 된다. 오랜만에 만나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그들의모습속에서 세월이 반대로 흐른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들은 곧바로 자신들의 대학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20대에 기대하는 30대> 대학시절 누구나 막연하게라도 자신의 미래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졸업을 하면, 나이 30이 되면 과연 우리의 모습은.... 이런 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한 기대감일 수도 있고, 근거없는 두려움일 수도 있다. 리나의 말대로 30대가 되면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에게는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현실은 그저 현실일 뿐이다. 누구누구는 상상했던 그 모습그대로 성취를 이루어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구누구는 예축한 것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기도 하다. 성공과 패배를 떠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그들이 생각했던 미래와는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어 간다.
<30대에 되돌아보는 20대>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현실은 그저 자신의 힘을 고갈시키고,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성공한 인생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현실이 항상 유쾌한 것은 아니다. 현실이 이러기에 동창회라는 것은 언제나 추억여행을 통해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설레임을 되살려놓는 기회가 된다. 지금 현실과 관계없이 대학시절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정도의 가능성-성공과 변화-을 주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철없어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죽이는 그런 시간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아름다운 추억, 그 이상이다. 함께 웃고, 울며 고민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들이 함께 공유했던 공간들.... 이것은 단순한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넘어선다.

 

 


<30대가 바라보는 미래> 이들의 동창회는 사심이 없다. 성공에 대한 질투심이라든지 처지에 대한 비관도, 부러움도 없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들은 유쾌하게 만나 유쾌하게 헤어진다. 이중 리나의 말에서 결론을 얻고 싶다. '40세가 되면, 45세가 되면 우리는 대단한 사람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미래라는 것은 그렇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항상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이다. 과거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 미래는 또다른 의미의 소중한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기에 현실의 차이를 떠나 그들은 서로 기분좋게 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웬디 와서스타인(Wendy Wasserstein)
희곡 『하이디 연대기(The Heidi Chronicles)』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으며, 연극계의 아카데미 상으로 불리는 토니 상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단독 수상하였다. 이외에도 『로젠스베이크의 딸들(The Sisters Rosensweig)』, 『여우들의 파티(Uncommon Women and others)』, 『로맨틱하지 않니?(Isn’t It Romantic?)』, 『미국의 딸(An American Daughter)』 등의 희곡을 썼고, 수필집 『쉬크사 여신(Shiksa Goddess)』을 집필했다. 현대 미국 여성들의 희노애락을 생생하고 유쾌하게 그려 내는 글쓰기 스타일로 각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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