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현주 극본 "뮤지컬 광개토대왕"

clint 2024. 8. 25. 18:56

 

 

1막
374년경의 중원대륙, 고구려궁궐, 고국양왕의 죽음, 화려한 치장을 한 왕의 침상, 그리고 붕어... 무대는 순식간에 장엄한 음악으로 꽉 찬다. 곧이어 담덕의 비통한 곡조가 흘러나오고, 고국양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여성들의 힘차고 강한 군무와 백성들의 노래가 무대를 가득 메우며 어둠으로 휩싸인다. 불안한 음악과 함께 무대가 밝아지면 왕위계승 논란이 시작되고, 왕위를 계승하려던 이영대공의 음모는 실패로 돌아간다. 담덕은 18세의 나이에 문무백관과 백성들의 총애를 받으며 고구려 19대왕 (영락대왕)에 오르고, 고구려 백성들의 화려한 축제속에서 1막이 내린다.

 


2막
후연의 궁궐. 거만하게 앉아있는 모용수에게 약소 국가인 말갈족, 숙신족, 몽고족, 거란족 등의 조공행렬, 그리고 모용수와 이영대공. 모용수는 이영대공의 왕권탈취를 재촉하고 음모를 꾸민다. 영락대왕이 이끄는 위국군은 요동성에서 후연의 군사들로부터 기습을 당하고 패배한다. 그후 고구려 국내성에서 만백성의 화평을 위한 연등회가 무대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영락대왕을 살해하기 위해 변장을 한 말갈공주는 뛰어난 칼춤솜씨로 영락대왕을 유혹하고, 이 틈을 타 자객들이 순식간에 영락대왕을 기습, 무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결국 말갈공주는 뛰어난 무술솜씨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장신구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사라진다. 그후로 말갈공주는 영락대왕을 살해해야 했던 자신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그에게로 향하는 그리움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 본래의 모습으로 치장한 말갈공주와 영락대왕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며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고 그들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영대공, 칼로 영락대왕을 찌르려는 그 순간 말갈공주가 그 칼을 자신의 몸으로 방어한다. 갈매치와 석불출에 의해 영락대왕은 죽음을 모면하지만 독을 바른 칼에 찔린 말갈공주는 영락대왕의 품에 안긴채 그의 사랑을 확인하며 숨을 거둔다. 말갈공주의 죽음과 함께 영락대왕은 위국군의 정렬을 가다듬는다. 그러나 거련왕자의 위독함으로 궁궐은 다시 술렁이고 영락대왕은 대해전의 정책을 준비하면서 한울님께 왕자의 쾌유를 빌고 후연군사와의 대해전에서 승리를 거둔다. 영락대왕은 무자비한 약탈과 살육을 일삼는 왜적과의 전투에서 대승리를 거둔다. 승리의 순간 영락대왕은 말갈공주의 환영을 발견한다. 날아오는 횃불덩어리를 자신의 몸으로 막아 배를 구하고 죽음을 맞게되는 이영대공의 살신성인의 정신을 높이 평가, 국상은 대공의 시신을 종묘에 모시며 영락대왕은 다시한번 한민족의 평화를 한울님께 호소한다. 대해전, 대승리의 북소리와 함께 무대에 광개토대왕비가 영사된다. 대승리를 거두었던 1600여년전 당시의 대군사들이 갑옷을 하나씩 벗으며 이시대로 들어온다. 현재의 우리나라 태극기가 중원대륙과 세계곳곳에 꽂히면서 "내일을 달리자"라는 우렁찬 합창과 함께 막이 내린다.

 



광개토대왕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그가 정복한 영토의 광활함에 기가 질린다. 그러나 오현주 단장이 광개토대왕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는 대왕이 누볐던 드넓은 대륙보다는 대왕이 사랑하고 번민했던 가슴 저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고구려 군사에게 피살된 부왕의 원수를 갚으려고 자신에게 칼을 겨눈 말갈의 공주를 용서하는 광개토대왕. 결국 대왕을 사랑하다 그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말갈 공주. 이 한 토막으로는 멜로 드라마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마고우인 마로 장군이 백성의 목숨을 걱정하며 전쟁을 만류하다 끝내는 등을 돌리는데도 대왕은 그와의 우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 숙부이면서도 적장의 술수에 넘어가 자신을 해치려 했던 이영대공마저 대왕은 처형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거둔 채 귀양을 보내 용서한다. 광개토대왕은 줄기차게 당하면서도 끝끝내 관용을 베푼다. 그런데 대왕이 그들에게 보낸 용서는 결국 위기의 순간마다 보은(報恩)으로 돌아온다. 오현주 단장이 상상한 대왕의 영토 확장 방식은 이것이다. 대왕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으로 땅을 넓힌 것이다. 한국 연희 예술의 전통에서 뮤지컬의 원형을 찾아낸 창무극, 60명에 달하는 뮤지컬 전문 배우로 짜인 출연진, 회전판과 거중기를 사용한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무대 장치, 엄격한 고증으로 재현한 고구려 시대 의상과 민속…. 창무극 〈광개토대왕〉은 무대 예술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작·연출의 말 - 오현주
"광개토대왕".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서늘해지는 "간 큰 그 남자"를 붙들고 씨름한지가 어언 1년이 다 돼 갑니다. 보면 볼수록 그 넓은 가슴을 헤량하기 어렵고 만나면 만날수록 위국안민하는 그 남자의 마음깊이에 감격합니다. 어떻게 18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등극하여 그런 웅대한 발상을 실천할 수가 있었으며 적 앞에 당당히 나서는 용맹을 갖출 수 있으며 적을 사로잡고도 살려주는 관용을 베풀 수가 있는지... 어려운 일을 당하면 지혜가 샘솟고 평안할 때는 닥쳐올 위험을 대비하는 영웅중의 영웅 광개토대왕과 45년만에 찾아온 올 여름 극심한 더위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어느 날인가 세수를 하면서 펑펑 울며 부르짖던 생각이 납니다. "광개토대왕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이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길도 주십사고 하던... 이제 막을 올리려고 하니 1600년 전의 업적 외에 별 기록을 갖고 있지 않은 민족의 광개토대왕을 2시간여에 무대에서 표현하여 만들어 낸다는 것이 처음부터 몰랐으니까 달려들었었겠지 하는 언감생심한 일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가슴 저 밑에서 부터 밀려옵니다. 인간 담덕 그의 기상과 인애의 고매함을 표출, 집성하는데 노력하였고 우리의 숨, 몸 짓. 생각속에서 광개토대왕이 함께 있음을, 그 실체함을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막을 올리려고 생각하니 만인 앞에 내놓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허탈감이 가슴 저 밑으로부터 밀려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광개토대왕을 여러분께 선보이고자 합니다. 우리의 몸짓과 혼의 소리도 1500년의 시간적 공간을 뛰어넘어 오늘의 우리의 삶의 모습에 조명되는 광개토대왕의 실체를 여러분과 같이 느껴보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과 성을 다해준 윤복희씨, 박철호씨, 민해경씨 그리고 단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고 힘찬 혼의 소리를 만들어주신 왕준기 선생, 역동적인 몸짓을 창출해내신 국수호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 스텝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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